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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 Dec 09. 2022

로미오와 줄리엣과 함께



빗방울이 떨어지듯 피아노 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혔고, 그 소리를 듣다 그는 문득 창문 밖을 보았다. 로미오가 뛰고 있었고, 줄리엣은 그 모습에 놀란 듯 도망치며 질주하고 있었다. 그녀는 피식 웃음을 보이고, 그러다 연주를 멈춘 뒤 일어나 기지개를 켰다. 그는 시계를 본다.

"나가봐야 하지 않아?"

그녀는 벽에 걸린 시계를 보던 그를 보며 말했다.

"애들 밥 주고 나가야겠다."

그는 일어나 문쪽으로 갔고, 문을 열고 그곳 앞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을 불렀다. 부리나케 달려오는 그 모습에 그는 다시 집 안으로 사라지고 크고 넓은 마당은 텅 비었다. 그곳 한 편에는 푸른 구상나무들이 자라나 있었고 늘 뜨거운 햇빛을 받는다. 우기는 좀처럼 찾아오지 않고, 그래서 그에게는 그 피아노 소리가 그렇게 들렸는지도 모른다.

7분 정도를 달렸나, 그는 자동차 창문 밖으로 지나가는 차 한 대를 처음 보았다. 이 동네에 혼다 어코드도 지나가? 혼잣말을 했다. 이곳에서는 너무도 작은, 심지어 검은색이라 불길하기만 한 그 차가 지나간 뒤 거짓말처럼 날씨가 흐려지기 시작했고 먹구름이 드리웠다. 비라도 오려는 것이었을까. 차 창문 위로 뚜둑뚜둑 그것이 떨어져내려 그는 곧 와이퍼를 켜게 될까. 갑작스런 소나기에 그의 얼굴은 창문 위를 흘러내리는 물에, 요란스럽게도 왔다 갔다 하는 와이퍼에 혼란스럽기만 하다. 곧 그의 얼굴은 찌푸려지며, 그리고 그는 다시 몇 분이 흐른 뒤 전화 한 통을 받게 된다. 

"오빠! 집에 아무도 없는데?"

그는 경찰에게 전화를 건다. 내 여자와 나의 강아지들이 모두 사라졌다며.

그의 여동생은 그에게 전화를 걸었고, 그녀가 도착했을 때 집 문은 열려 있었고 로미오와 줄리엣이 꼬리를 흔들고 짖으며 다가오는 모습도 볼 수 없었다. 그녀는 잠시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2층과 뒷마당을 모두 살펴보아도 아무도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아 무언가 차가운 것이 자신의 등을 덮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었고, 그러나 그녀는 심각한 일이 아닌 듯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집 문은 왜 열려 있지? 산책 나간다고 했어? 지금 비 오는데."

그의 자동차는 멈추지 않고 속력도 느려지지 않지만 그의 생각들은 점점 헛도는 듯했다. 자동차 바퀴가 미끄러져 한 바퀴를 돌아도 이상하지 않을 듯, 그러나 그는 아무렇지 않은 듯 입을 떼어낸다.

"전화 안 받아?"

그 사이 그녀의 목소리는 조금 작아져 있었다.

"전화기는 집에 있어."

그는 차를 멈추었고, 젖은 바닥 때문인지 차는 조금 더 밀렸다. 그는 여전히 시골길, 어느 도로에 있으며 주위에서는 어떠한 소음도 동물의 울음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마치 멍멍해진 귀인 듯하며, 그리고 그의 눈동자는 초점을 잃은 듯 보였다. 로미오와 줄리엣과 함께, 그렇게 그녀는 사라졌고 이틀이 지나도록 아무런 연락도 소식도 들려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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