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윤범 Dec 13. 2022

곧 너울


P.16


좌우로 기울어대는 배에서 그는 그들 앞에서 굴욕을 쏟아낼 듯했고, 그러나 입술을 앙다물며 끝까지 참아낸다. 그런 그의 의지는 그들 앞에서 뻔히 보이는 고집일 뿐이었다.

"참는 거봐라! 배 처음 타냐?!"

그에게 배는 처음 타보는 것이 아니었으나, 그러나 그는 물 위에서 그렇게 오랜 시간 둥둥 떠있는 일을 경험해본 적 없었다. 그곳에서의 멀미는 자신도 기억하지 못하는 시절의 일이었고, 그는 부모에게서 어릴 때 배를 탔다 심한 멀미를 한 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뿐이다. 그들이 한 이야기는 자신은 전혀 떠올리지도 그리지도 못하는 것이었다.

그 배는 40km 정도를 땅으로부터 멀어져왔으며 배의 바닥은 굴곡 하나 없지만 수면은 그렇지 않았다. 첫날밤도 둘째 날 밤도 편히 잠들지 못했고, 커다란 신호처럼 해가 뜨면 그의 눈은 곧바로 뜨이곤 했다. 왜 멈추지 않는 소리들인가 생각했다. 그들은 왜 여전히 쌩쌩한 목소리이고 잠들었다 깬 것 같이도 않게 말하는 것인가 말이다. 그의 아침 그의 두 눈앞은 그들의 옷 색깔과 그 여러 모양들이 난무해 이미 어지럽혀진 세상과도 같았다. 그는 그 소리들에 괴로워할 것을, 멀미에 온몸을 축 늘어트릴 정도의 무기력함을 겪게 될 줄도 몰랐다. 그는 그런 세상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어이! 저기 한 번 봐! 저게 뭔 줄 알아?"

그는 선우의 옷 목덜미를 쥐고는 그를 유리 창문 앞으로 끌어당겼고, 그리고 말했다. 그건 파도였다. 파도처럼 물결이 일렁이는 것이었다. 그는 웃으며 말한다.

"저런 거 본 적 없지? 저게 진짜 파도라는 거야!"

그는 이 세상의 끝, 아니 자신이 마치 지구 반대편이 시작되는 지점에 와 있다는 것을 깨닫는 듯했다. 너무도 가깝지만, 그러나 그에게 그 세계는 왜인지 아득하기만 하다. 그의 눈동자는 그 거대한 물결을 향해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배는 이제 좌우가 아닌 앞뒤로 크게 기울기 시작했고 그들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그를 향한 조롱 역시 더욱 신나있었다.




p.33


울렁임에 익숙해지면, 그 잔잔하게 물결치던 마음이 그것조차 없는 땅에 도달하면 너무도 냉정해지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머리가 아픈 사람이 되어 있었고, 그때 자신은 마치 정상적이지 않은 사람이 되어 있는 듯했다고 말했다. 이젠 맥주 마시는 일에 지친 입처럼 힘겹게 그것을 떼어냈다. 

"눈을 감아도 스르륵 잠들지 못해요. 누가 자장가라도 불러주길 원했죠."

그는 그때의 잠들지 못하는 생각 속에 있는 듯했다. 그 얼굴을 잊을 수 없다며 그는 말했다.





작가의 이전글 로미오와 줄리엣과 함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