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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 Dec 14. 2022

21년, 한국 영화



2022년작 '헤어질 결심'에서 화제가 되었던 것 중 하나는 코미디언 김신영의 출연이었다. 영화 제작에 참여하던 사람들도 감독의 그런 구상을 처음에는 의아하게 여겼을 정도라고 한다. 그러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좀 뜬금없이 느끼긴 했지만 충분히 새로운 시도처럼 느꼈다. 물론 그건 새로운 시도가 아니었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이었다. 오래전 친구와의 대화를 떠올리다, 그 영화 속 대사를 따라 하던 때를 그리다 문득 임하룡의 얼굴이 그려졌던 것이다.

"나 수술 당했다."

김선생이 그를 찾아가 한 말이었다. 2004년작 '범죄의 재구성'에서는 코미디언 임하룡이 등장했다.

"아니, 천하의 김선생이..."

그때 역시 그랬던 것 같다. 좀 뜬금없는 등장 같다 여겼던 것 같다. 2005년작 '달콤한 인생'에서 에릭이 등장했을 때도 그런 반응을 보인 사람들이 많았다. 에릭이 왜 나왔는지 모르겠다며 말이다. 하지만 신선했고 꽤 흥미로운 장면들이었다. 임하룡의 연기, 에릭의 비주얼은 그 영화들에 깊이를 더했다고 생각한다. 김신영 같은 경우에는 헤어질 결심에서 비중도 꽤 컸던 것 같다. 그는 무려 '전국노래자랑'의 MC를 맡게 된 희극인이고 예능인이다. 분명 특별한 재능이고 그것을 눈여겨보던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다.

아무튼, 내 20대가 시작되고 몇 년이 흘렀을 즈음 나는 몇 편의 강렬한 영화들을 마주하게 된다. 백윤식, 김영철 같은 배우들이 새로운 면모들도 느꼈고, 스포츠로 따지면 베테랑 선수들의 재발견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특별한 출연들도 있었으니 말이다. '올드보이', '살인의 추억' 같은 영화들도 2003년에 나란히 개봉됐다. 박해일의 등장과, 유승목과 같은 씬스틸러도 기억에 남았고, 김병옥, 오달수, 그리고 이승신, 또는 유연석 같은 어린 배우가 발견되기도 한때다. 난 참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의 전성기를 지켜보는 세대이기도 하니 말이다. 그리고 2002년 한일 월드컵, 나는 기숙사에서 친구들과 거리에서 친구들과 목청 높여 대한민국을 외쳤다.

축구가 무서운 스포츠인 건 공만 있으면 어디서든 할 수 있는 운동이라는 것일지 모른다. 응원도 어디서든 했다. 축구에 관심 없던 사람들도 자신은 누구를 가장 좋아한다 말하던 때였다. 그 축제가 영화에 끼친 영향은 없었을까. 감독 봉준호는 케빈 데 브라위너를 가장 좋아한다 할 만큼 스스로 축팬임을 인정할 정도이니 말이다. 붉은 악마들이 세상을 지배하던 때. 그 와중에 백의 천사라는 또 다른 하나의 무리를 보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에 중립국 같은 존재는 없었던 것일까.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2001년작 '봄날은 간다'에서 유지태가 한 대사다. 그리고 이영애는 그런 대사를 남겼다.

"라면 먹고 갈래요?"

그럼에도 나는 그 영화를 빼놓고는 2000년대의 한국 영화를 이야기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월드컵이 그렇게 대단한 대회이고 축제인 줄 몰랐다. 알았지만 더욱 절실히 깨닫게 된다. 그러던 사람들은 모두 어디에 가고 거리에는 환호하던 사람들 뿐이었는지.


봄날은 간다, 2001


신신애와, 그전에는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신구라는 배우를 각인시켰던 감독 허진호. 그러나 축구는 메시 혼자 하는 것이 아니듯.

은수와 상우의 사랑이 시작되던 순간이야말로 우리가 꿈꾸던 장면이었을까. 그럼에도 영화는 주인공들의 얼굴로 기억되는 것이듯 결국. 하지만 아직도 남은 그때 그 감정들. 잘 기억이 나지 않는 건, 나는 그때 그 영화를 어디서 어떻게 보았는지를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봄날은 간다,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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