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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 Dec 19. 2022

치킨과 층간 소음



치킨은 요리가 아니라는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하다 난 그렇게 대꾸하고 싶었다.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가 있는가. 그리고서 생각해낸 말이다. 치킨은 약이요.


약은 과다 복용하면 위험할 수 있다. 고든 램지가 자신의 아들과 딸에게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그들이 지금보다 더 어릴 때 말이다. 잭은 이제 스물두 살이고 마틸다는 스물하나다. 터프하면서도 자상한 아빠는 그렇게 말한다. 치킨은 일주일에 한 번이면 좋아! 그래도 그렇게 말하는 것에도 이유는 있었다. 대한민국은 치킨 과다 복용자로 넘쳐나니 말이다.


그런 단어들에는 때로 심각성이 묻어난다. 과다, 그리고 복용. 대한민국의 층간 소음 문제에도 언어적인 해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건 하나의 사회적 이슈라기보다, 이건 분명히 하나의 풍습 같은 것이 되어가고 있다. 그것은 위층 사람들과 아래층 사람들이 싸우는 일이다. 위층 아래층의 싸움이라는 말이 어쩌면 현실을 직시하게 해줄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런 풍습에 물들어있다. 사회적 이슈라 생각되면 우리 몸은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위층을 찾아가고 아래층을 찾아가 벨을 누르게 된다. 그러나 이것이 싸움이라는 것을 알면 한 번이라도 더 참으려 하지 않을까. 그런 조그마한 희망이라도 가져 본다.


닭튀김 요리를 먹는 것은 저질 문화가 아니다. 또한 층간 소음 분쟁은 자랑스러운 일이 아니다. 나는 자랑스럽지 않다. 그러나 더 이상 부끄럽고 싶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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