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윤범 Dec 29. 2022

삶은 and again



BBC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에서 플로렌스 퓨가 한 대사가 있었다. "and again and again...". 필립 글래스의 음악처럼, 그래, 삶은 반복되는 선율과도 같아라고 스스로 되뇌어본다. 리틀 드러머 걸의 찰리처럼. 그러나 난 차라리 가디의 모습과 같이, 비록 알렉산더 스카스가드의 비주얼은 아님에도 그처럼 행동하고 밀어붙이고는 한다. 어떨 땐 철없는 테러리스트인 듯, 미셸처럼. 나는 결국 칼릴이기를...


당신에게 누군가가 질문한다면, 테러리스트이기를 원하는가 아니면 그들을 응징하는 존재가 되겠느냐 묻는다면 당신은 어느 편에 서겠는가. 마지막 결정은 언제나 가운데로 모이면서도 원래는 일방적이고도 무책임하지 않았던가. 사실 나는 관심 없는 듯하다. 그건 마치 남과 북의 관계와 같으니. 더 이상은 엮이고 싶지 않은 관계이니 말이다.


나는 오른손으로 담배를 태운다. 추운 겨울 코트 주머니 속에 든 손은 좀처럼 바깥으로 드러나보이지 않는다. 그때를 빼고는, 냄새를 없애려 또 한동안 그렇게 내놓을 때를 제외하면, 그러고 보니 왼손은 존재조차 불분명하다. 어느 날부터는 그 손의 힘을 키우려 투쟁하기 시작했다. 들고 일어나라 말했다. 한쪽으로 기울어진 걸음을 똑바로 하려 힘을 주었다. 나는 왼손이 예술의 손이라 믿는다. 내 왼손은 너무도 빈약해 잔인하게도 오른팔을 휘둘렀다. 그렇게 서서히 균형을 찾아가며...


리틀 드러머 걸은 존 르 카레의 소설이 원작이었다. 그는 영국인이며, 중동에서 일어난 전쟁과 분쟁을 책임 있는 시선으로 보았던 듯하다. 비록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음에도.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드라마에서는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 칼릴이 매우 멋있는 인물처럼 묘사된다. 나는 그것이야말로 잔인한 표현이라는 것을 알 것 같다.


나는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내 흡연은 끝나지 않았지만, 사람들에 대한 적대적인 감정 또한 오래도록 지속될 테지만, 그리고 나는 평화를 믿지 않는다. 원하는 것은 이루어지지 않고, 차라리 불신이야말로 이 세상을 더욱 냉정하게 바라보는 일이라 나는 믿는다. 나는 끊임없이 의심할 것이다. 내 세계조차 의심하며, 모든 존재를 부정하도록 차가울 것이며. 사람들은 여전히 봄이 올 것을 믿는다. 나는 그게 슬프다. 차가운 방바닥에서, 더욱 차가워지는 발을 내려놓고는 말한다. 겨울은 앞으로도 계속되고 반복될 것이라고. 삶은 또다시, 그리고 또다시. 그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까지...

작가의 이전글 버니지아의 달과도 같았던 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