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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 Jan 08. 2023

플로리다 틀림없이


그대 이루리다 반드시 그 꿈을


긴 코트를 입은 남자는 마이애미의 해변가를 거닐고, 그는 돌아볼 것도 없이 자신이 살던 곳을 떠나왔다. 아직 사랑이 남은 곳을 찾아, 과일과 빵, 투명한 유리잔의 커피에도 아직 온기는 머무른다. 그의 시선은 바다를 향한다.

"저기 좀 봐요! 돌고래에요."

그녀는 말했다. 긴 머리를 자신의 어깨 위로 떨어뜨린 여자는 밝게 웃으며 말한다. 긴 손가락으로 바다 어딘가를 가리킨다.

"이곳 바다에는 상어도 있을지 몰라요."

그녀는 기쁜 듯했으나, 금새 공포를 경험할 듯 굳은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앉은 자리에는 한 잔의 술이 놓여 있었고 그것을 모두 비울 듯했다.

"여긴 처음 왔나요?"

그녀는 취하지 않았다. 눈동자도 싱싱한 열매처럼 또렷하다. 그러나 그의 귀에는 왜인지 힘없고 무기력한 목소리처럼 들릴 뿐이었다.

그의 눈은 처음 그녀를 목격하였으며 그래서 시선을 어떻게 둬야 할지 몰랐고, 또 어떻게 입술을 움직여 대답해야 할지 모른다. 그들 사이로는 눈꺼풀이 스르륵 감길 정도로 꽤 시원한 바람이 분다. 해가 저물기 시작하며 사람들의 말소리는 더욱 요란해졌고 시끄러워졌다.

"당신을 초대하고 싶어요."

그녀는 그를 실험하려 하는 것이다. 아니, 그를 시험에 들게 할지도 모른다. 그에게는 정보가 있고 그녀에게는 임무가 있어서 말이다.

"아침이면 나무들의 모양이 더 잘 보이죠.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드무니까요."

그는 그 안으로 들어가 그녀를 회유할 작정이며 둘의 관계는 곧 엉키고 말 것이다. 그러나 누구도 그런 내일을 예상치 못하며, 그 길은 탐색되지 않아 그들은 스스로 도착지를 찾아야만 하는 신세가 되고 말 것이다. 다시 뉴욕으로 돌아가는 경로라면 그는 실망하게 되지 않을까. 그녀의 웃음이 그를 들뜨게 할 뿐이었다.

그러나 그 목소리가 자신을 더욱 우울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가 직감하는 삶이란 그런 것이었다. 그곳 해변과도 같은, 그러나 더욱 어두워지고 서글퍼지는 저녁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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