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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 Jan 13. 2023

Thom Yorke



한쪽 눈이 감겨 거울을 보니 나는 톰 요크였다. 나는 그들(라디오헤드)의 노래를 들을 때 일종의 마비를 겪는 듯했고, 그래서 망각하는 듯했으며, 그러나 나는 그러한 착각 앞에서 되려 떳떳하다. 내가 톰 요크가 되지 말라는 법이 있는가. 나는 입을 벌리지도 목구멍으로부터 소리를 내지도 않지만 늘 노래하니 말이다. 귀에 이어폰을 꼽고 있으면 나는 음악으로 가득찬 세상에 있기에, 그곳이 고립된 섬(제주도나 아이슬란드 같은), 그런 곳과 같을지라도 나는 그곳을 아름답다 말한다. 기쁘거나 슬프다고 말할 수 있다. 비로소 나는 살아있는 듯하다.

계단의 가장 끝에서 미끄러졌으니, 가장 높은 곳으로부터 내 몸이 굴러떨어지지 않았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장대 같은 비가 쏟아져 내려 신발이 젖었음에도 그것에 화내지 않는 건, 그러니 이곳은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가(실은 그렇지 못하다). 다시 바깥으로 나가면 또 성가시고 짜증스러울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누군가가 말한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사람들이 말한 평화는 절대로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포기했던 것이다. 눈 앞에서 버스나 열차를 놓친 것처럼, 모든 것은 다시는 오지 않을 듯 허망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곧 다른 누군가가 내게 다가와 말한다.

"이 근처에 커피를 파는 곳이 있나요?"

내겐 당연해진 듯한 새로운 인연들, 그렇게 금방 사라지고 마는 목소리들. 그래서 나는 여전히 라디오헤드의 노래를 듣고 있는 건지도 말이다.

"나는 그녀를 잊지 못해요. 왜냐면 그녀는 나를 좋아해 줬기 때문이에요. 그것이 한때였어도 말이에요."

사람들이 하는 말을 기억했기에 나는 다시 새로운 문장을 꾸며내는지도 모른다. 톰 요크라는 착각의 거울 앞에 머물러도, 내 귀가 지금 라디오헤드의 음악을 들어도 결국 말이다. 나는 끝내 그곳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곳은 어디인가. 현실인가, 아님 지금 머무르는 내가 꾸민 세상(세계) 속이란 말인가.

"그는 나를 잊었을 거예요. 왜냐면 나는 그를 사랑했기 때문이에요. 더 이상은 이곳에 머무를 수 없어요."

새파란 하늘에서 비행기가 추락하는 것을 보듯, 나는 때로 비극적인 장면을 그리며 그것이 이별이라 말한다. 나는 헤어짐에 익숙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지도 못한다.

새로운 꿈을 꾸고 싶다. 시간을 되돌려 오늘 하루를 없던 것으로 하고 다시 어제로 돌아가고 싶다. 그리고 내일을 살고 싶다. 나는 새로운 세상 속에 있고 싶다.

그럴 때 나는 톰 요크(가수)의 목소리를, 라디오헤드(밴드 혹은 그룹)의 노래를 듣는 듯하다. 처음부터 다시 들으면 마치 처음 듣는 노래 같을 때가 있어 그렇다. 거울 속 남자는 처음 보는 사람이었고, 그 얼굴은 내가 모르는 사람이었고 나는 다시 태어났다. 나는 그의 이름을 Thom Yorke라고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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