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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b Jan 29. 2023

7mm의 기억



최루탄 연기가 날아오면 부산대 학생들이 데모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 멀었던 과거가 지금 이 순간에는 다시 가까워져 나는 콜록댈 것만 같다. 코를 틀어막고, 눈이 매워 우리는 발바닥을 구르며 얼른 집으로 돌아갔다. 그 연기는 사라지지 않아 나는 그것이 소멸에 가까울 정도로 잊힌 과거라는 것을 알지만 가까스로 다시 그 기억을 떠올린다. 이제 그곳은 평화롭다. 부산대 캠퍼스는 안전하고 누구도 침입하지 못한다. 그러나 누구도 걱정하지 않을 만큼 모든 게 정말 잠잠해지기만 한 것일까.


하지만 나는 여전히 무모하며 날카로워진 손가락으로 세상을 향해 말한다. 내가 부산대 근처에 살며 배운 것은 그들 기질 같은 것이었지만 내게는 더 이상 동지가 없는 듯하다. 아니면 곧 사그러들었어야 할 것이 내겐 아직도 남아 난 아직 그런 말을 하고 있는 것인가. 나는 단지 그 모든 것이 그리울 뿐이다. 그 모든 일들을 잊지 못해 기억해두는 머리란 너무도 크고 무거워 나는 때로 괴롭다. 그런 기억들을 굳이 다시 끄집어내 보여 나는 사람들을 당황케한다. 지난 날의 나를 보았더니, 그래서 나는 더 이상 감춰둘 수 없음을 깨닫는다. 나는 세상을 향해 홀로 시위한다.


몽둥이를 들고 한 손에는 방패까지 든 경찰들이 나를 향해 달려오고, 그들 얼굴을 분간할 수 없어 나는 적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내게 투쟁이란 목숨을 건 싸움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만 했던 하루하루의 논쟁과도 같았다. 그건 곧 전쟁처럼 번지고 그 땅은 화염에 휩싸인다. 붉은 피가 넘치고 그곳에는 더 이상 푸르름이 존재하지 않으리라. 그들은 왜 하늘을 보지 못했던 걸까. 왜 돼지처럼 고개 들지 못해 사료를 두고 다투는 폭식가들이 되어버린 것일까.


나는 굶주림에 눈앞에 쏟아진 것들을 향해 덤벼든다. 주인 없는 듯한 짐승들이 주인이 준 사료에 머리를 박는다. 몽블랑 펜 한 자루가 내 소망이라면 그건 매우 시적인 희망이다. 그 더러워진 우리 안에서 낭만을 논하는 입은 더 이상 무엇도 해치우지 못할 것만 같다. 그런 신세를 벗어나기 위해 모두 떠난 것은 아니었을까. 조금 더 교양적인 우리로. 조금 더 대우받고 조금이라도 더 떵떵거릴 수 있는 곳으로.


나는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을 희망한다. 나는 그 싸움이 끝나지 않기를 바라고 또 갈망한다. 나는 소원한다. 내 머릿속에 파편처럼 박혀 나는 아직도 그 기억을 지우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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