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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b Feb 01. 2023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



조지 밀러는 한국 영화 '아가씨'가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을 때 심사위원장을 맡은 자다. 나는 그때까지 그 이름을 들어본 적 없었다. 좋아하는 영화만 보다보니 모든 영화감독들의 이름을 알지는 못했다. 그런데 매우 유명한 감독이었다. '꼬마 돼지 웨이브'를 연출한 감독이라니 알듯 모를 듯했다. 난 그 영화를 보지 않았다. 그냥 그런가보다 했다. 그는 아가씨에 황금종려상을 수여하지 않았고, 물론 그건 모든 심사위원들의 생각이 모아진 것이었을테니 오직 그만을 원망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무엇 때문이지 미웠고, 그러면서 내 시야가 너무도 좁아진 것은 아닌가 되돌아보게 되었다. 한국영화이기에 상을 받아야 하고, 내가 지지하는 영화가 무조건 잘되어야 한다는 법도 없었으니까. 그리고 어느 날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를 보게 된다. 조지 밀러 연출이라고 해서 안보고 미뤄두다 어떻게 보게 되었다. 그 영화에 대한 감상을 풀어보려 한다. 멋진 액션 영화였고, 내 심장을 두근거리게 한 작품이었고 나는 그 영화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가지게 되었다.


세상이 멸망하고 몇 남지 않은 인간들. 그중 하나인 한 명의 사내가 낮고 거친 목소리로 읊조린다. 영화의 시작은 그랬다. 그리고 도마뱀을 덥썩! 호로록 낼름..


"세상이 멸망하면서 누가 미친 건지 알 수 없어졌다. 나인지 이 세상인지..."


맥스는 말한다. 나도 잘 모르겠다. 내가 이상한 건지 이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건지. 사람들은 한 번쯤 그런 생각들을 할 것이다. 억울하고 분노할 만한 일들 앞에 서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감정을 주체 못 해 두 주먹을 불끈 쥐고, 그리고 두 다리에 잔뜩 힘을 주고 쿵쾅쿵쾅 땅을 두드릴 것이다. 영화의 제목처럼 이 영화는 주인공을 비롯한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전진하고 앞으로 돌진하는 장면들로 가득 차 있다. 사람들은 빌딩들이 빽빽히 들어선 도시 안을 맴돌며, 앞으로 걷다가도 어느 순간 멈추거나 무슨 일이 일어나 뒤돌아보게 된다. 그러나 세상이 멸망했다면, 그래서 모든 건물들이 무너져내려 사라졌다면 남은 것은 땅뿐일 것이다. 그러나 길이 있고 구닥다리 차라도 있으면 할 수 있는 것은 달리는 일뿐이지 않을까. 퓨리오사에게는 목적이 있었다. 목적을 잃은 땅에서 마지막 남은 단 하나의 열쇠를 손에 쥔 채 그녀는 질주한다. 그 여정에 맥스가 동행하게 되는 이야기였다.


나는 영화가 시작된 뒤 곧 펼쳐지는 화려한 연출에 매료되었다. 마치 마릴린 맨슨의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한 영상미와 필립 플레인의 옷을 걸치고픈 욕망을 불러 일으키는 매우 영화다운 연출이었다. 나는 영화가 사람들을 설레게 하거나 혹은 두근대게 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저 시간을 보내기 위해 틀어놓는 영화는 맥주 안주에 지나지 않지 않는가. 실은 그러려고 본 영화였지만 감독의 내공이 느껴졌고 나는 그 영화를 감상할 수밖에 없었다. 어느새 나는 관람객이 되어 있었고, 그래 한국 영화 상 안 줬다고 삐친 내가 잘못이야 그런 말이라도 해야 할 것만 같았다. 흘러가는 러닝타임 속에 내 심장도 빠르게 움직이는 듯했다. 광활하고 붉은 땅 위에서, 그러나 왜인지 나는 그곳에서 고요함을 느꼈다. 그것이 호주인의 감성인가 생각했다. 그리고 톰 하디는 영국인, 샤를리즈 테론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배우다.




'분노하는 건 주인공일까, 아니면 나인 걸까'


영화란 그렇다. 영화가 시작되면 객석의 사람들은 그 시선들은 모두 스크린을 향하고 어느새 몰입되어 있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주인공의 모습에 자신을 대입하고 때론 동정하기도 한다. 나는 톰 하디와 닮은 점이 없고, 그렇다고 샤를리즈 테론처럼 아름답지도 않다. 무엇이 나를 이끄는 것이었을까. 내 심장은 그저 시간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영화가 막을 내리고 현실로 돌아오면 나는 허무해져 길을 잃고 말 것인가. 그러나 영화는 추억이기도 하다. 그런 기억을 가지고 있다면 때로 용기를 낼 수 있고 발걸음에도 힘이 생길지 모른다. 나는 영화감독들을 리더처럼 생각하며 따라왔다. 언젠가는 그들을 앞서는 시선을 가지기 위해 그런 것이었을지도 말이다. 목적은 단 하나다. 사람들은 모두 끝으로 달리는 듯 미쳐있고 세상은 미쳐가고 있다. 그런 이야기는 재밌다. 저마다 분노를 감추고 사는 세상 속에서 그 짧은 시간 동안에는 모두 질주할 수 있지 않는가.


Mad Max: Fury Road, 2015/ George Mil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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