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

by 문윤범


검은 9월단은 1972년 뮌헨올림픽에서 이스라엘 선수 11명을 인질로 붙잡는다. 그리고 살해한다. 각국의 선수들이 자신의 나라를 대표해 운동장에서 뛸 때 그들은 팔레스타인을 대표해 참극을 저지른다. 그리고 곧 모사드가 보복에 나선다.


많은 영화들이 스파이들을 화려하게 묘사하지만 스티븐 스필버그의 '뮌헨'은 이스라엘 정보국 모사드 요원들의 인간적인 활약상을 그린다. 한 명 한 명을 제거할 때마다 땀을 흘리고 초조해하고 불안해하는 모습들을 다 담아낸다. 단역 캐릭터들의 생명마저 경시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조국을 위해서 일할 뿐이다. 검은 9월단과의 개인적인 악연은 없었다. 골다 메이어가 결단을 내렸고, 그래서 모사드가 작전에 돌입한 것뿐이었다. 영화 속 국가 수장 또한 그런 말을 한다. 책임은 내가 진다고.

모든 상황들을 디테일하게 그릴 수는 없겠지만 작전 수행에 필요한 돈이 어떻게 지급되고 작전 대상의 위치를 알아내는 데에 얼마나 많은 돈이 드는지에 관해서도 이야기한다. 스파이들이 밥을 먹는 모습 마저도 매우 비중 있게 담아낸다. 프랑스에서 3년을 유학 했음에도 난 그 나라에 송아지 콩팥 요리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하지만 내가 이 영화를 너무 늦게 봐서 그런지 이젠 별로 대단하지 않다 느끼는 장면들이었다. 그럼에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다.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스티븐 스필버그는 영화를 지루하게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쟁 영화도 어쩌면 재미없는 이야기일 수 있다. 하지만 스필버그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라는 명작을 탄생시킨 감독이었다. 그럼에도 뮌헨이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나 '리틀 드러머 걸'보다 좋지는 않다. 그냥 그렇다.

하지만 결국 흥미를 끌었던 건 이 영화는 유대인, 그리고 스파이에 관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유럽이나 미국에서 태어난 이스라엘인들에게 관심이 큰 편이다. 그들을 말할 때는 꼭 유대계라는 단어를 앞에 붙이고는 한다. 난 그냥 유럽인, 미국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팔레스타인, 아랍 국가들과 싸워야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대부분 유럽인이다. 물론 주인공 에브너 역을 맡은 에릭 바나는 호주 출신 배우다. 유대인이라면 얼굴에 어느 정도의 뉘앙스는 남아 있어야 하는데 혈통적으로 아무런 관계가 없어 보였다. 그들의 얼굴에 이 영화가 남긴 메시지가 담겨 있다 볼 수 있었다.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를 위해 싸우는가.

하지만 감독이 유대인이다. 배우들이 스필버그를 위해 연기했다는 뜻은 아니다. 어차피 그도 이스라엘 국적의 사람은 아니니까.

그래도 이런 영화들이 대부분 팔레스타인인 배역에는 팔레스타인 사람 다운 얼굴의 배우들을 캐스팅한다. 아직 서방에 물들지 않은 사람들. 오히려 그것을 거부하는 자들. 이스라엘 관련 이야기를 접하면 접할수록 동정심을 갖게 되는 건 팔레스타인의 사람들이다. 유대인이 유대인 옹호하는 영화를 만들었으면 욕먹었을 것이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진심도 담겨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들의 땅을 지키려 했던 사람들, 하지만 테러리즘이라는 급진적 사상에 물든 자들.

영화 속 현실은 갈수록 잔인해지고 끔찍해진다. 내게 가장 흥미로웠던 건 주인공 에브너의 여성적인 면모였다. 영화를 보다 잠깐 멈춰 있고 싶다 생각이 드는 장면이 있었다. 에브너가 주방용품들을 판매하는 매장 앞에 서 그 안을 들여다보고 있을 때였다. 현대의 많은 남성들이 꿈꾸는 삶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에브너가 해야 했던 일은 결국 밖을 돌아다니며 누군가를 찾고 쫓고 또 제거하는 일이었다. 남자들에게도 여성적인 면모는 있지 않은가. 하지만 그는 침대에서조차 편히 누울 수 없는 처지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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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nich, 2005/ Steven Spielbe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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