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의 감옥 생활. 나는 커다란 빛을 보았고 커다란 공기에 부딪혔다. 철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자 모든 것이 고요해졌다. 까마귀 몇 마리가 나무에 올랐다 다시 하늘을 날고, 하지만 내 발걸음은 쉽게 떨어지지 않아 여전히 그곳 앞에 머물러있다. 정장 재킷에 닿는 바람의 온도가 차갑게 느껴진다.
어디를 갈까, 무엇을 먹을까, 안에서 수십 번도 생각해보던 것이었다. 누구를 만날까. 애석하게도 만날 만한 사람은 없다.
동주가 남겨 놓고 간 돈을 확인하고 일부 찾기 위해 은행에 들러야 했다. 버스에 올랐으나 요금이 기억나지 않는다. 물론 그것을 기억하고 있다고 해서 도움될 일은 없었다. 그 사이 세상은 많이 변했을 테니까.
"얼맙니까?"
내가 교도소를 나와 처음 한 말이었다.
한산한 도로를 달리다 곧 낮은 건물들이 들어서 있는 곳을 달렸다. 버스 기사는 운전이 거칠었고, 난 그 덜컹대는 반동이 적응되지 않았다. 곧 높은 빌딩들이 늘어선 곳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렸다. 하지만 어느 방향으로 발걸음을 떼야 할지 알 수 없다. '오우도넛'. 눈에 띈 간판 이름이었다. 도넛 가게다. 창가에 여러가지 모양의 도넛이 진열되어 있었고 난 그 안을 들여다봤다. 사람들은 유리에 비친 이 남자의 모습을 어떤 눈빛으로 쳐다볼까. 방금 막 교도소에서 나온 사람이라고 하면 어떤 생각을 가질까. 지나쳤다.
은행으로 왔다. 하지만 은행원들은 모두 똑같은 옷을 입은 채로 앉아 있지 않았다. 저기 자리에서 일어나 걷는 여자는 노란색 블라우스와 꽃무늬 치마를 입고 있다. 그녀가 다가간 곳, 다행히도 저 멀리 뒤에 앉은 남자는 여전히 부장이라 불릴만한 모습으로 앉아 있다. 오랜만이다.
카드를 만들었고 돈을 찾아 은행을 나왔다. '한탕해장국'. 길 건너편에 식당이 보였다. 은행 앞에 저런 이름을 한 음식점이 있다니. 처음으로 웃었다.
교도소를 나와 처음으로 먹은 음식은 해장국이었다. TV를 봤다. 하지만 보고 싶지 않았다. 눈이 아파왔다. 왜인지 식당 형광등 빛에 눈이 부셔 어지러웠다. 건너편 자리에 앉은 남자를 본다. 저렇게 먼 거리에서 마주 보고 앉아 밥 먹는 남자를 오랜만에 본다. 더 넓어진 세상에 있다 느낀다.
1억 3천6백70만 원. 동주가 남기고 간 돈이다. 무슨 일을 할까. 더 이상 내가 일할만한 곳은 없을 것 같다. 교도소에서 배운 기술들은 모두 쓸모 없을 것만 같았다. 사람들을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밤이 되어 난 모텔들이 있는 거리를 전전했다. '선인장' 그리고 '모텔'. 어렸을 때 본 영화 제목과 같은 이름이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지나다니는 거리를 지나왔고, 눈부신 네온사인의 거리 속에 있다 다시 어두컴컴해진 골목길을 걷는다. 아침이 오지 않을 것 같다. 다시 해가 뜨고 날이 밝아 이곳에 있지 않을 것만 같다. 나는 다시 이곳으로 돌아왔다. 7년 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