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을 통해서 우리는 라임을 배웠다. 한자어로는 압운이라 불리기도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게 그냥 재미있었고, 그런데 계속 빠져들다보니 내 문장은 더 큰 재미와 기쁨 속에 있을 수 있었다.
어른들만이 즐길 수 있는 놀이 같은 것이라 생각했다. 우리나라에서 특히 라임을 잘 쓰는 래퍼는, 한 명을 꼽자면 이센스다. 이센스였는데, 그는 어릴 적 본 래퍼들의 단순한 라임에서 벗어나 조금 더 고차원적인 라임을 하고 있었다. 예를 들면 그런 것이다. '식으로 걸어'와 '젓가락'이라는 단어를 붙여 놓으면서 ㄱ이라는 소리를 반복해서 들리게 하고 으로, 어러, 아락이라는 소리를 또 반복해서 들리게 해 보다 신비로운 소리들을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Back In Time'에 나오는 가사였다. 물론 그런 건 미국의 The Notorious B.I.G.나 Nas 같은 래퍼들에 영향을 받은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센스는 그걸 한글로 했고 또 자기만의 음성과 리듬으로 이야기해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는 래퍼라는 생각을 들게 했다.
난 힙합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렇다고 락에 영향을 받지 않은 것 또한 아니었다. 락도 라임, 압운 같은 것을 쓴다. 어차피 노래는 대부분 리듬이 있고 템포가 있기에 가사도 그것에 맞춰지고는 한다. 세종대왕께서 만든 한글을 잘 쓰고 또 그것으로 신비로운 소리를 만들어내는 보컬 중에는 산울림의 김창완도 있었다. '내게 사랑은 너무 써'라는 노래의 가사를 보면 흥미로운 부분을 찾을 수 있다. '만약에 사랑에 빠진다면', '온통 그 모습뿐일 거예요' '내게 사랑은 너무 써'라는 부분이 있다. 이 세 문장이 연결되는데 빠진다면에서의 ㅃ과 뿐일 거예요에서 ㄲ이 문장 끝부분에서 비슷한 소리들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써'가 또 나오는 식이다.
산울림은 내 세대의 음악은 아니었는데, 그런데 내가 중학교 때인가 '기타로 오토바이를 타자'라는 노래를 발표한 적이 있었고 난 그 노래를 참 좋아했다. 대놓고 실험적인 사운드와 가사를 선보인 곡이었는데 그 무대가 충격적이었다. 그런 행위가 정상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문화란 그런 것이기도 했다. 꽃이 누군가가 피어 올린 미친 감각 같은 것이라는 표현을 하고 싶다.
이센스나 산울림의 김창완이나 공통점은 좋은 사운드 위에서 좋은 글들을 썼다는 것이다. 마치 잘 지은 밥에 제대로 숙성시킨 생선을 올린 것과 같은 모습이었다. 나는 그들의 분석적인 능력에 주목했다. 하지만 그 분석은 어쩌면 본능적인 것이었을지 모른다. 김창완은 서울대를 나왔지만 이센스는 고졸로 알고 있다. 학력이 만든 능력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문자로도 예술적인 것들을 할 수 있다. 이들은 분명히 자신의 감정에 충실했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모두 한자어 이름을 가진 채 자라나 미국 음악에 영향을 받아 무대 위로 올라선 사람들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