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주의 입을 통해 나온 것은 광어였다. 지애의 입에서 쏟아져 나온 건 우럭 한 마리였다. 달래의 입에서는 소주 한 병이 튀어나왔다. 그들은 모두 토했다. 수영만 빼놓고 말이다. 병원의 의사는 의학적 진단을 내리지 못했다. 광어가, 우럭이, 그리고 소주 한 병이 그들의 몸에서 나온 것에 대한 의사로서의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 그럴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환자들에게도 물을 수 없었다. 광어를 드셨나요? 우럭을 잡수셨나요? 아니면 소주를 병째로 삼키셨나요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의사는 자신의 두 눈 위에 씌워진 안경을 벗더니 가운 주머니에 끼워 넣었다. 수영은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그리고 침대 위에 누운 친구들을 향해 시선을 두기만 할 뿐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으셨나요?"
끝내 의사가 꺼내든 질문은 그것이었다. 수영은 알 수 없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그건 식중독이라 부를 수도 없었다. 광어와 우럭은 응급실 바닥에서 팔딱팔딱 뛰었고 소주는 뚜껑까지 잠긴 채로 나와 바닥에서 깨지며 투명한 액체를 쏟아냈기 때문이다. 그것을 수습하려는 남자 간호사의 모습은 마치 어선 위의 어부 같았으며 깨진 유리를 정리하고 흥건해진 바닥을 걸레로 닦아내는 여자 간호사들은 마치 음식점 아르바이트 생들의 모습 같았다. 그 순간에도 수영은 어떠한 행동도 하지 못한 채 그 상황을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다.
응급실로 찾아온 친구들의 가족이 하나 둘 모였다. 선주의 남편이 네 살 아들 지후를 안고 왔고 지애의 남편이 될 사람도 연락을 받고 달려왔다.
"진달래씨 어디 있나요?"
처음 보는 남자가 응급실 입구에 서 있었다. 그러더니 간호사를 붙잡고 물었다. 장 경사였다. 키는 컸고 얼굴은 말끔했으며 피부가 하얬다. 수영의 눈에는 그 얼굴이 경찰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7시에 횟집에서 만났다. 광어와 우럭, 그리고 밀치로 구성된 모듬회를 시켰고 소주 네 병을 마셨다고 했다. 그리고 매운탕까지 먹었다고 말했다. 수영이 장 경사와 친구들의 가족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그것 뿐이었다.
"같이 드시지 않았어요?"
지애의 남편 될 사람이 물었다. 수영은 같이 먹었다. 생선회와 소주, 그리고 매운탕을.
선주의 아들 지후는 엄마의 팔을 잡은 채로 울부짖었다. 그 순간만큼은 선주의 남편이 아이를 달래야만 했다. 경찰이 수사할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 누군가가 범행을 계획하고 모의했다기에는 장 경사가 가진 식견으로도 납득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건 자신의 선배들을 통해서도 들어보지 못한 유형의 사고였다.
수족관 안에서 기포가 발생하는 것은 정상적인 일이다. 기포 발생기는 물속 환경을 더욱 쾌적하게 만들어준다. 물고기들을 끝까지 살려두기 위해, 최상의 신선도를 위해 인간들은 그런 장치를 고안해 내고 만들었다. 불순한 기체 따위는 없었다. 심지어 광어와 우럭은 살아 돌아왔다. 선주와 지애의 식도를 역류해 다시 바닥으로 떨어졌다. 어떤 식으로든 죽을 운명이었던 건지 모르겠다.
그들은 이틀 뒤 퇴원했다. 그 날의 일을 뒤로 한 채 집으로 돌아갔다. CT 촬영까지 했지만 발견된 단서 같은 것은 없었다. 염증수치는 정상이었고 더 이상 그곳에 머물 이유도 없었다. 횟집에도 다시는 가지 않을 것이다. 술도 마시지 않을 것만 같다. 그들의 다음 만남은 어느 곳에서 이루어지게 될까.
두 마리의 물고기는 어디로 버려졌을까. 다시 횟집으로 가져다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바다로 보내지도 않았을 것이다. 병원이 해야 할 일은 환자 몸에서 나온 생명체를 집으로 돌려보내는 일이 아니었다. 그들이 낳은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수영은 며칠 동안 집 밖을 나오지 못했다. 가족들에게도 그날의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응급실을 다녀온 날은 달래의 집에서 하룻밤을 잤다는 거짓말로 바꾸었다. 수영의 부모는 그 며칠 동안의 딸의 모습을 이상하게 여겼다. 하지만 상상할 수 없었다. 의심 같은 것도 할 수 없었다. 그들의 딸은 실업 중독에 걸려 영화에만 빠져 사는 기이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