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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b Feb 26. 2023

My University



그들은 스탠드에 앉아 불 꺼진 운동장을 바라봤다. 그들을 향해 불은 밝혀져 있지만, 그러나 그들 다리가 움직이고 뛸 그 넓은 운동장 위에는 그 모습이 그려지지 않는다. 마치 무대 위를 떠난 배우들을 다시 기다리듯, 선미와 연우는 막이 내린 한 편의 연극으로부터 허무함을 느낀다. 그러나 객석 출구에 선 남자는 그들 삶 제 2막이 시작될 것을 알린다. 계단 위로 길고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 남자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그를 만났을 때 직감했다. 그가 우리를 새로운 세계로 안내할 것이라고. 꺼림칙하고 불길한 기운이 그의 온몸에서 스멀스멀 흐르는 듯했지만 상관없었다. 어디로든 달아나고 싶은 마음이었으니 우리는.

우리 밑창 얇은 신발은 그가 가로막고 선 곳 앞에서 멈춰 섰지만 그 신은 새것이었다. 어디든 떠나기로 마음먹은 후였다. 나는 말했다.

"저희 나가야 되는데요?"

그러자 연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소리를 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술이었고 마지막 버스와 열차는 이미 모두 떠난 뒤였다.

"차는 모두 끊겼어요."

"아는데요? 저희 아침 첫 차 타고 갈 건데요?"

연우의 그 말에 나는 호응했다. 나는 솔직히 그 남자가 병신 같고 머저리 같아 정강이를 걷어차버리고 싶었지만 참은 것이었다. 우리는 우리의 학교를 떠나왔고 미련 없었다. 나는 연우에게 말했다. 그곳에서의 4년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졸업식날 두 남녀가 연극을 보고 늦은 밤까지 술을 마신다면.. 우리는 두 사람이 연인 사이라는 것을 알아요."

"아저씨 뒤에 아무도 없는데요?"

그들이 말한 우리를 나는 눈치챌 것 같았지만 그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할 시간 없었다. 그건 연우 또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 남자는 고개를 뒤로 돌리지도 않았고, 출입구에 한쪽 어깨를 기대선 채로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였다.

"젊은 시절의 사랑은 불꽃놀이와 같죠. 그건 진짜 불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해요."

나는 저녁에 먹은 부대찌개의 건더기들을 바닥에 쏟아낼 뻔했다.

연우와 나는 깊은 키스를 한 적 없었고, 침대 위에서 서로 몸을 엉켜 서로를 드러내보이는 일도 하지 않았다. 아직 우리는 이불 속에 숨어 서로의 몸을 만지는 어린애들과 같은 것을 그는 아는 듯했다. 하지만 관심없었다. 그 후줄근한 긴 코트와 광안리 해변가의 고독한 한 남자와도 같은 실루엣이 나는 영 못마땅했다. 그 구두도 아니고 운동화도 아닌 신발은 더더욱 말이다.

"우리는 4년 동안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었어요. 졸업을 했으니 이제 취업을 해야 할 때 아닌가요?"

그랬다. 그는 결국 그 조직에서 인사과장과 같은 포지션이었던 것이다. 빌어먹을, 나는 일 년 정도 더 놀고먹고 싶었는데 말이다. 

우리에게 수갑은 채워지지 않았지만, 문 앞을 가로막고 선 그 남자는 어떠한 강제적인 말도 행위도 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거절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우린 이 사회에 체포되어 끌려가는 젊은 몽상가들이었다. 그랬다. 연우는 그를 밀치고 넘어뜨리려 했지만, 나는 그들 옷을 잡아당기고 그 남자의 멱살을 손에 쥐었지만 소용없었다. 복도 끝에서는 키가 크고 덩치가 큰 두 남자가 빠른 걸음으로 우리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고. 우리 신발은 벗겨졌으며, 나는 그곳에서 신발 한 짝을 잃었다. 

우리는 곧 무대에 올라야 했으며 등떠밀린 듯 사람들 앞에 서야만 했다. 나와 연우가 원한, 그러나 누구도 책임져주지 않는. 우리는 두려웠고 어떠한 벽과 난간에도 기댈 수 없는 신세라는 것을 알았다. 사람들은 우리를 보고 웃고 눈물 흘릴까. 그리고 우리를 기억하게 될까.


https://youtu.be/vJvX9L6FCWI


'열이 올라요'를 들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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