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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b Feb 24. 2023

No Regret You Smile



오늘은 부산대학교의 졸업식 날이다. 학교 앞에는 경찰차들이 세워져있었고 경찰들이 교통정리를 했다. 정문 앞 사거리 신호등에 서 그 모습을 봤다. 곧 신호가 바뀌고 사람들이 교차했다. 나는 두려웠다. 졸업식에 참석한 사람들의 즐거운 모습을 보는 것도, 괜히 졸업생들의 미래를 그려보아 우울해하는 것도 모두 쓸데없는 짓이라는 걸 알지만 나는 부산대 근처에 산다. 그래서 피할 수 없고 결국 또 학교 안으로 들어가고야 말았다. 나는 정말 몰랐던 것일까. 나는 잊고 있는 듯했다. 그 방향으로 가면 수많은 인파들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학사모를 쓴 졸업생들 사이로, 그들 가족의 틈을 비집으며 나는 지나갔다. 나는 슬펐다. 스스로 초라해진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나 자신을 그들보다 우월하게 여기는 것도 아니지만. 그러나 그건 결코 기쁜 감정이 아니었다. 나는 또 무엇을 해야 하나.

H&M 매장에 들어가 옷을 보며 나는 그곳이 텅빈 매장이라는 것을 알았다. 언제나 무슨 옷을 입을까만 고민하는 신세처럼 하지만 내가 그곳을 자주 찾는 이유는 흘러나오는 음악이 좋기 때문이다. 쿵쾅거리는 비트 위로 요염한 목소리가 흐느적대는 춤을 춰, 그 노래의 가사를 따라가다 보니,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확인했을 때 그 노래의 제목은 '열이올라요'였다는 것을 안다. 억지로 그 감정을 지우고 없애려는 듯 나는 그렇게 떠돌았지만 결국...

내 가슴은 다시 쿵쾅대기 시작했고 다시 캠퍼스를 걸으며 사람들 사이를 지나갔다. 그 순간 악상이 떠오른 음악가처럼 하나의 스토리가 떠올랐다. 언젠가 꼭 대학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고 '나의 대학'이라는 제목까지 지어놓은 적이 있었는데, 불현듯 멋진 이야기 하나가 떠올랐고 나는 다시 기뻤다. 머지 않은 날 나는 그 대략적인 스토리를 공개할 것이다.

다시 한산해진 길 위에서, 그러나 또 한 명의 학사모를 쓴 졸업생이 지나간다. 순간 나는 그렇게 말한다.

'됐다, 들어가라 그만 나온나.'

연기는 끝이 났으니까. 나는 다시 모놀로그의 세계에서 빠져나와 컴퓨터 앞에 앉았으니. 다시 부푼 가슴으로 내일을 꿈꾸니.

졸업은 한 편의 에세이를 완성한 뒤 책을 내놓는 일과 마찬가지일지 모른다. 아무도 읽어주지 않으면 어쩔까 보다 나는 베스트 셀러 작가가 되어 있을거야가 맞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미래는 암울하기만 할 테지만 당신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 하루는 기쁜 날이지 않은가. 웃으며 사진을 찍고 그건 훗날 당신들에게 용기를 줄 것이다. 돌아오지 않을 그 날을 그리며 추억하라. 돌고 돌아 다시 그 모습을 마주쳤을 때 당신은 누군가에 용기를 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포기하면 안 돼'

내일은 다시 하루가 시작되니, 일어나 걷고 사람들과 부딪혀야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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