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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b Feb 20. 2023

대구


구포에서 떠났다. 새 신을 신고, 인생 가장 두껍고 큰 신발을 착장한 재 그곳으로 갈 준비를 한다. 나는 대구로 간다.


대구로 하루 여행을 떠나며, 열차를 기다리는 플랫폼에서 나는 느꼈다. 우리나라에서 캐리어는 이제 무지하게 팔려 나가는 것이겠구나,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외국에 나가는 사람들만 끌고 다니는 특별하고 큰 가방이었는데 말이다. 나는 빈손으로 떠났지만 모두가 자신만의 여정을 떠난다는 것을 알았다. 대부분의 얼굴들이 설레고 들떠 보였다. 나는 내가 또 스파이 짓을 하러 간다는 것을 알기에 복잡한 심경이었다. 그럼에도 기쁜 얼굴로 말하고 싶다. 이 여정은 의미 있을 테라고.   



나는 요즘 과자나 초콜릿, 젤리 봉지, 그리고 음료수 박스들을 만지는 일을 한다. 그래서 그런 물품들에 많은 관심이 생겼고 최근 주목하고 있는 것은 튀르키예에서 만들어진 과자나 바 같은 식품들이다. 저렴하고 달거나, 그렇게 뛰어난 맛이 아니지만 배고픔을 잊기에는 크게 부족함 없는 식료품들이 그곳에서 엄청나게 찍혀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리보 역시 생산을 튀르키예에서 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 그 국가가 유럽을 넘어 세계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알 수 있다. 



중국 쓰촨 지방은 덥고 습한 날씨로 인해 사람들이 매운 음식을 즐겨 먹게 되었다고 한다. 대구 역시 매운 음식으로 유명한 도시였다. 대통령 윤석열이 가장 자신있어 하는 요리가 대구식 소고기뭇국이라는 소리도 들었다. 빨간 옷을 입을 운명이었나보다. 76년 전통의 이 집 따로국밥은 참으로 매웠고 속이 따가울 정도의 강한 맛이었다. 그러나 그 속에 부드러움이 있었고 큼직하게 썰어져 푹 고아진 대파는 내게 감성을 전했다. 양념치킨 또한 대구에서 처음 만들어졌다는 사실. 나는 때로 양념이나 소스가 요리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믿는다.


 


대구 사람들은 모두 홈런왕 이승엽처럼 말했다. 나는 그게 너무 재밌었다. 그러나 점점 그들만의 색을 잃어간다는 기분도 들었는데, 그건 부산이나 대구나 모두 마찬가지인 듯하다. 요즘 시대에 사용되는 언어적 구조는 사람들을 획일화시키는 측면도 있다. 정말 많은 카페와 그곳을 찾는 사람들의 모습 하는 행동들이 다 똑같다는 인상도 지울 수 없었다. 지역 간의 나쁜 감정들은 서서히 누그러져가지만, 그럼으로써 사람들은 감정을 잃고 색깔을 잃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알던 대구도 꽤 많이 변해 있는 것을 느꼈다.



적어도 나는 약방들이 모여 있는 거리를 대구에서 처음 보았다. 여전히 남은 대구만의 특징이기도 했고 내겐 새로운 발견이었다. 이 길을 걸을 때 너무 좋았다. 그리고 그 길의 끝에서 현대백화점을 만났다. 부산 범일동에 있는 현대백화점보다 몇 배는 더 좋고 화려했던 곳. 



현대백화점을 만나기 전, 그러니까 약방들이 몰려 있는 그 길로 들어서게 된 이유는 이번 여행의 목적이기도 했던 근대골목단팥빵 집 때문이었다. 유튜버 한상기 기자의 채널을 즐겨 본다. 그가 구독자로부터 받은 선물이었다. 판매를 위해 준비된 제품은 박음질이나, 혹은 상자를 닫고 테이프로 붙이는 등의 처리를 통해 마무리 된다. 나는 그것을 느끼기를 즐기는 편이다. 나는 단팥빵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피곤해진 몸과 느려져가는 걸음걸이는 현대백화점의 옥상에서 절정에 달했다. 누군가가 그것을 몽환이라 한다면 나는 고개 끄덕일 것만 같다. 예술이란, 그 경지라는 것은 모두 끝에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무엇도 할 수 없을 것 같을 때, 이제 그만 쉬고 싶을 때 마주치는 충격은 다시 눈을 뜨게 하고 걷게 한다. 다리가 아파서가 아니라 에스컬레이터가 준비되어 있어 그것을 타고 내려갔다. 



땅바닥의 모양을 읽기는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좋았던 이유는, 그건 너무 예쁘고 내 두 발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준 이유 때문이었다. 그건 분명 새로운 경험이었다. 마치 SUV를 몰고 드라이브하는 기분만 같았다. 신발은 꼭 자동차와 같다. 떠남에도 다시 돌아올 테고, 그렇게 나는 다시 누군가가 운전해 준 차를 타고 부산으로 왔다. 터미널 안을 걷는 수많은 사람들의 신발이 서로 부딪힐 듯 여기저기서 뒤엉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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