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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b Mar 04. 2023

The Man in Convenience Store



밤의 편의점은 밝고 환하다. 바깥에서 그곳을 보는 자들에게는 그럴지 모른다. 이 시각의 희망처럼 불을 밝힌, 그러나 그 안에 선 자는 바깥 세상이 너무도 어둡기만하다.


7일 근무였다. 나는 새로 들어온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일을 시작했는데 눈이 또렷해지는 기분이었다. 누군가의 애잔한 이야기들을 담아낸 듯한 커피 한 잔은 그렇다. 트리플, 아니면 트러블. 그러나 내겐 그 의미가 뚜렷하지 않아 머리로 기억한다. 마지막 글자는 탄산수소나트륨.

물건이 쌓여 있어 밖으로 나갔는데 차는 이미 떠난 뒤였다. 나는 왜 그가 아무런 말도 않고 그렇게 떠났는지 알지 못했다. 그녀는 이런저런 추억 같은 것들을 남겨두고 갔다. 꼭 그날의 기억처럼, 아직 입지 않은 새 옷과 종이백.

12시 15분이 되면 그가 들른다. 아무것도 사지 않고 시간만 물어보고 간다. 그 남자는 처음 내게 반말을 해 기분이 나빴는데 알고 보니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 핸드폰이 없는 사람일 뿐, 그는 악한 마음으로 누군가를 괴롭히려 드는 자가 아니었다. 12시 40분쯤이 되면 진짜 고약한 자가 온다.

나는 사람들이 눈을 뜨는 시간에 일을 마친다. 아니, 모두가 분주한 걸음일 때 내 발걸음은 느려지고 헛돈다. 닥터국수에 가 한자리를 차지하면, 벽에 걸린 텔레비전 속 정치인들은 오늘도 쌩쌩하지만 나는 노곤해진다. 나는 앵커들이 출근하며 화장품 냄새와 향수 냄새를 풍길 것을 알 것만 같다. 지하철 역 통로 안에서 이미 많은 사람들을 스친 뒤였다. 어느새 자리에 앉아 일을 시작한 걸 보니 오늘 하루도 길었음을 느낀다. 한서영 앵커의 눈은 오늘 조금 부어 있는 듯하다.

누군가가 내게 그렇게 물었다. 그는 내게 그렇게 말했다.

"차 있어요? 차 없어요? 열쇠를 가지고 다니지 않는 걸 보니 차가 없군요. 저런... 언제까지 누군가가 운전해주는 차를 타고 다닐거요?"

왠 정신 나간 놈인가 생각했는데, 그러고 보니 나는 오래된 폰을 손에 쥐고 있었던 것이다. 그 후로 나는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다녔다.

전화벨이 울린다.

"오늘 밤에는 11시까지 나와줄 수 있어?"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것은 사장의 목소리였다. 먼저 나는 그에게서 오는 전화라는 것을 알았다. 그 뜻은 회사의 책임자이자 무시무시하게도 최고 집행자의 의미 또한 가진다. 오늘은 또 무엇을 집행하려 나를 11시에 부르는 걸까.

그러나 내가 본능적인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그의 지위 혹은 인상이나 성격 때문이 아니며 나는 이 하루가 끝나 내일이 다시 오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나는 늘 세상의 끝에 머무르며 이 순간이 영원하도록 바라지만 시간은 그런 식으로 돌아가지 않았으니 말이다. 공회전은 금지, 차를 세웠으면 시동을 꺼야 하듯, 그러고 보면 나는 자동차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아니다.

내게 새로이 추가된 관심 물품은 이탈리에서 만들어져온 초콜릿이다. 그것을 다른 편의점에서 구매하는 심정이란 노래방에서 나와 닮은 가수의 노래를 부르는 것과 같다. 그는 내가 아니지만, 나는 마치 그의 마음을 알 것만 같다. 그는 분노로 가득 찬 래퍼가 아니라, 차라리 느슨한 마음을 바짝 조이기 위해 스스로 구덩이를 파는 미련한 입에 가까울지 모른다. 오늘도 비속어를 내뱉고, 하지만 그의 노랫말 리듬은 너무도 제멋대로라 따라 하기 힘들다.

전화하지 말라, 낮에는 전화하지 말라. 어차피 다시 나를 잠에서 깨우는 것은 핸드폰 알람 소리이니. 문자도 하지 말라, 문자도 하지 말라. 나는 깨지 않지만 꿈을 꾸다 여러 번 뒤척여야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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