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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b Mar 13. 2023

터미널의 노동자들



버스터미널에서 마주치는 외국인 노동자들. 밤의 편의점에 있으면서 가끔 그들이 나타나면 신경이 쓰이고는 했다. 물건을 훔쳐 갈까 봐, 아니면 어떤 나쁜 짓을 할까 생각하기도 하지만 나는 당신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여긴다 그런 시선을 줄까 봐 여서이기도 했다. 그건 내가 프랑스에서 배운 것이기도 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유럽에 나갔다 온 사람들에게 인종차별은 없었나 물어보지만 그냥 하는 말인 것을 안다. 유럽에 대해 알고 싶어! 그런 뜻이 담겨있는 것 같기도 했지만. 아니면 별로 알고 싶지 않은 것이었을지도...

나는 그들에 대해 너무도 알고 싶은 마음이었다. 프랑스는 지금 연금개혁안으로 몸살을 앓는 중이다. 그건 오늘 아침 동래시장의 한 국수 집에서 뉴스를 보다 알게 된 사실이다.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시위를 하고,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속으로 그렇게 말했다. 아직도 저러는 구나, 여전하네.

그리워도 그립지 않고, 그렇게 나는 다시 국수 그릇에 몰입하며 잊는다. 그들은 나를 어떤 시선으로 볼까, 처음엔 정말 인종차별 행위를 하면 어떡하나 걱정하기도 했지만 모두 같은 사람인 것을 알았다. 그들도 누군가에 무시 당하기를 두려워하고, 또는 외면 당할까 거리로 나와 스스로를 드러내보였다.

명절 연휴에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보면 그때 생각이 난다. 더 자신 있게 다니라고, 그러면 아무도 당신들을 무시하지 않는다고. 심지어 누군가가 다가와 연락처를 주고 갈 것이라고. 나는 파리에서 남자에게 세 번이나 대쉬를 받은 경험이 있는 남자다. 3년의 체류 기간 동안, 그러니까 일 년에 한 번꼴로...



버스를 타고 가다 억척스럽게도 차를 세우는 베트남 여성들을 보며 순간 짜증이 났지만 웃음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자기들 대장을 태우려고 그렇게 소리를 지르며 버스가 출발하지 않도록 막아세우는 것을 보며, 그래, 돈 벌려면 어쩔 수 없어 생각했다. 그렇게 뽀글머리의 아줌마가 버스에 오르는 걸 보며 당신은 좋은 부하들을 뒀구나 되뇌었다. 프랑스 아줌마들도 마트에서 계산할 때 동전주머니를 뒤져 동전을 세고 서 있으니. 그리고 제발 모여서 서 있지마!



뉴스 앵커는 차분하고도 높은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출산율이 역대 최악이라며 마치 나를 꾸짖는 듯해 순간 면발이 목에서 걸릴 듯했고. 그렇게 내가 느끼게 된 것은 수많은 성범죄로 인해 여자들이 남자들을 어떤 시각으로 볼지, 그 시선에 대한 것이었다. 남자들은 점점 여자들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나는 그것 또한 출산율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 아닐까 생각했다. 범죄는 불신을 낳으며, 서로에 대한 믿음 없이는 혼인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나는 알기에.

이민자들을 많이 받으면 될 일 아닌가는 좋은 답이 아닐지도 모른다. 수많은 이민자들이 뒤섞인 유럽의 도시들을 가본 사람들은 모두 안다.

"파리가 좋아?"

바스티유 광장에서 어떤 밤 손가락 사이에 담배를 끼운 여자가 내게 던진 물음이었다.

"J'aime bien ici!"

아니, 'Paris, Je t'aime'. 그러자 그 아이는 깔깔 웃어댔다. 그때 나는 그녀가 술이 많이 됐나 싶었고, 그리고 몇 분이 지나 나를 인종차별한 것인가 의심했다. 하지만 나는 파리의 아름다운 모습들만을 본 게 아니었고, 그렇게 또 그들은 이 도시를 어떤 시선으로 볼 것인지를 떠올리고.



노동이라는 두 글자는 그들을 소외시키는 것이 아닌가. 그래도 나는 유학이라 말했기에 나았던 건지 모른다.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는 일은 그토록 아름답기만 한 것인지 나는 알지 못하겠다. 셋째를 낳으면 정부에서 돈을 주는 우리나라는 참 살기 좋아졌지만 사람들이 가지는 두려움은 점점 커져만 간다. 그건 원래 인간들이 가지고 태어난 감정일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두려운 사람들, 그들 사이의 용기 있는 자. 나는 그것을 점점 잃어갈까 두렵다. 애초에 가지지도 못했던 것, 그 커다란 힘을.

러브 그리고 러브. 가장 역겹지만 이 세상 가장 아름다운 두 글자는 사랑이다. 가장 비겁한 거짓말을 해야 하는 세상에서 난, 우리는. 우리가 낳은 아이들은 또 똑같은 말을 할까.

"나는 이곳이 좋아요"

아니, '이곳을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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