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윤범b Mar 12. 2023

물 밝은 여름



"범인이 있다면 언젠가 제게 찾아오겠죠. 자신이 내 동생을 죽였다고, 그를 피 흘리게 했고, 그의 눈이 감기는 모습을 자신의 두 눈으로 지켜봤다고."


"밀려 들어온 난민들의 범죄일까요? 아니면 찌꺼기처럼 쌓인 썩어가는 인간들의 짓일까요? 오름에 가려면 조심하라더군요. 들개들이 돌아다닌다고."


"그런데 왜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은 거죠? 범인이 완벽주의자여서? 발이 없는 자의 짓일지도 모르죠. 그렇게 말한다면 수긍할 것 같아요. 쓴웃음이 나겠지만요."


"사람들은 내 형제를 잃은 나의 슬픔에 대해 관심 없죠. 그들에게 닥칠 비극을 상상하는 거에요. 영화속 장면들처럼 떠올리며 영화감독이 되고, 때론 배우가 되지 않을까요? 끝까지 그를 쫓아 그를 찾아내는 모습을 그릴지도 몰라요. 저기 저 음료 좀 주시겠어요?"


"이 섬을 몇 바퀴를 돌았는지 모르겠군요. 저도 점점 미쳐가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사람들로 보이지 않고, 자동차들이 숨 쉬는 것들로 느껴지는걸요. 어제 서귀포에서 본 검은 자동차는 무척 화가 나 있었던 것 같았어요.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을 다 치어버릴 것만 같았죠."


"기억나지 않아요. 그 얼굴도, 그 목소리도. 우리가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건지도 모르겠어요. 당신들은 모두 누구의 아들과 딸인가요?"


"범인을 찾으면 연락주세요. 저는 당분간 이 섬에 머무를 계획이에요. 동생의 여자친구는 보고 싶지 않아요. 저는 그 여자가 싫거든요."



https://youtu.be/VonLk1UUlhA

작가의 이전글 영화화할 수 없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