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윤범 Mar 21. 2023

'인사이드 르윈'



한 소절 한 구절의 노랫말로 시작되는 영화. 오스카 아이삭의 어쩌면 조금 흔하지만 특색 있는 목소리로 영화는 시작된다. '꼬마돼지 웨이브'를 연출한 조지 밀러가 '분노의 도로' 연출자라는 것에 사람들은 놀라지만, 이런 영화를 만든 감독 또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같은 영화를 연출했다는 사실. 물론 그들은 형제이고 두 명이다. 그러나 감독으로서는 하나일지 모른다. Inside Llewyn Davis, '인사이드 르윈'은 코엔 형제의 작품, 영화다.



나는 어두운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고 스릴러, 미스터리 장르를 즐겨보지만 공상과학 영화도 좋아하고 멜로도 좋아한다. 스파이물에는 특별한 애착 같은 것이 있고 이 영화는 그냥 최고였다. 서양인들이 만든 포크송이 이토록 매력적일 수 있고, 그토록 사랑스럽고 매력적인 캐리 멀리건이 무서울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영화였다. 그녀는 너무도 현실적인 캐릭터여서 말이다. 르윈은 여전히 꿈을 쫓는다. 끝까지 잘 풀리지 않지만 말이다. 그러나 이건 음악을 듣기 위한 방송 같은 것이 아니라 한 무명 가수의 삶을 다룬 영화였다. 그래서 그건 너무도 성공적인 스토리라 할 수 있다. Hang me oh hang me, I'll be dead and gone... 영화가 끝난 지 몇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귓가에서 맴도는 노랫말 목소리다. 그리고 율리우스라는 이름을 가진 고양이 한 마리와.



영화의 후반부에 잠깐 모습을 드러냈다 사라지는 가수가 밥 딜런을 의미한다고 했을 때 많은 음악팬들은 설레었을지 모른다. 그가 마치 영화 속 창조된 인물처럼 묘사될 때, 비록 르윈은 조금 초라해질지 몰라도 영화의 뜻은 더욱 부푼다. 같은 유대계로서 감독은 그에 대한 존경심이 있었는지 모른다. 과거 미국의 유일한 문화는 힙합이라는 말도 있었다. 나 역시 그렇게 믿었는데, 그러나 밥 딜런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어쩌면 그가 힙합에 큰 영향을 끼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는 모든 작가들이 꿈꾸는, 꿈꿀지도 모르는 노벨문학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그의 노랫말을 따라가다 보면 이해할 수 있다. 그가 왜 위대한 시인인지. 나는 영어를 잘 모르지만 느낄 수 있다. 그는 어떤 언어를 써야 사람들을 감동시킬지를 아는 작가다. 정작 그의 목소리는 그렇게 매력적이라는 소리를 듣지 못하지만 말이다. 차라리 조금은 평범한 오스카 아이삭의 그것이 더 끌릴 정도이니 말이다. 밥 딜런은 'Knockin' On Heaven's Door'를 통해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기억할 멜로디 하나를 남긴다.


르윈은 처음 모습과 끝의 모습이 같다. 이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하지만 힘 있다. 예술은 힘든 거야 보다, 성공은 아무에게나 찾아오는 영광이 아니야가 아니라, 노래도 시작하면 끝이 나듯, 그러나 당신은 또 노래할 테고 다시 그런 하루를 보낼 것이라고. 음악이든 미술이든 그런 것이 무색해지는 순간은 어쩌면 그것이 멈춰 있고 걸려 있지 않은 순간일지 모른다. 르윈이라는 캐릭터가 존재하기에 수많은 무명 가수들이 힘을 얻고 용기를 가질까. 그것 또한 큰 의미 없다. 내가 노래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이 영화에는 명대사 같은 것도 없다. 캐리 맬리건의 대사 "Asshole!"이 그런 것이라면 그런 것이고 말이다. 어느덧 어글리 섹시 스타 반열에 합류한 애덤 드라이브가 조연으로 나와 "어 오우!" 한 것이 명대사로 등록되어 있는 정도. 이 이야기의 배경은 60년대의 뉴욕이고, 카메라는 르윈의 곁을 떠나지 않으며 그를 지켜본다. 그것만으로도 모든 이름 없는 사람들에게는 큰 위로가 되리라. 내게도 정말 이름이 있는 것인가, 가끔 그런 생각도 한다. 수많은 그와 그녀뿐이지 않은가. 영화 중간에 고양이가 수컷인지 암컷인지를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문득 그 장면이 떠오른다. 이 이야기 속에는 르윈이 사는가, 아니면 그런 감성을 지닌 뮤지션만이 존재하는 것인가. 여전히 지하 술집에서 노래하고 있을, 몇몇의 사람들만이 그의 노래에 귀 기울이는.


Inside Llewyn Davis, 2013/ Joel Coen, Ethan Coen

작가의 이전글 Seoul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