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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 Mar 25. 2023

죽은 물고기들의 사회




그리고 조금 더 걸어가면...



나도 그런 걸 하고 싶었다. 오른쪽부터 병어, 간재미, 고랑치, 다금바리, 그리고 금태인지 아카무스인지 빨간고기인지 눈볼대인지 아무튼 뱃살이 그냥 지방 덩어리인 그것과 처음 먹어본 첫 입에 그저 감탄사가 튀어 나왔던 청어. 충무동에 있는 이 집은 부산에서 유명한 곳이고 블로그 탐방만 해온 나도 아는 것은 병어는 된장에 찍어 먹는 거고 간재미, 그러니까 노랑가오리는 초장에 찍어 먹고 뭐 그런 것이다. 청어는 아예 장이 따로 나오는데 모두 사장님이 찾은 최고의 조합일 것이다.

그러나 시키는 대로 하고 사는 인생이지 않아 나는 내 멋대로 먹는다. 나는 회는 간장과 와사비에, 그리고 초장에 찍어 먹는 것이 가장 좋았다. 일본인들은 모를 초장의 맛, 그 자극적이지만 부드러운. 일본인들이 전했을 간장 와사비의 조합 역시 매우 세고 진하고 달지만 모든 각자의 맛을 표현한다. 어느 어종 어느 부위이든 모두 최고의 지점이 있고 그 반대의 지점이 있을 것이다. 결국에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야 만다. 어느 것이 1번이다 최고다 말할 수 없는. 이 집은 여러 가지 생선회를 여러 방법으로 맛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거기서 내 것을 한두 가지 정하고 최고의 몇 가지를 꼽을 수 있었다. 이날 최고의 회는 병어와 노랑가오리, 그리고 금태인지 아카무스인지 빨간고기인지 눈볼대인지 아무튼 뱃살이 그냥 지방 덩어리인 그것과 처음 먹어본 첫 입에 그저 감탄사가 튀어 나왔던 청어, 그 4 회.

그러나 모든 썰어 담겨 나오는 회의 나쁜 지점은 시간이 지나면 점점 그 맛을 잃어간다는 것이었다. 썰어서 내주면 바로 먹고 또 썰어서 내주면 좋겠지만, 그러나 나는 그 무력해짐마저 사랑하려 한다. 술자리란 원래 그렇지 않은가. 이렇게 끝나는구나...

그 시점에 맑은 생선국 한 그릇으로 속을 달랜다. 다시 시작할까?


일본의 잔재라면 잔재랄 것이 우리에게는 남았다. 우리의 언어조차 그렇다. 나는 수많은 한자어 단어들이 처음에는 그저 중국의 것인 줄 알았지만 일본인들이 자주 사용하는 단어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자주 보는 한국말을 하는 두 명의 일본인 유튜버 영상들을 보면서 느낀 것은 '계열'이라는 단어는 일본인들이 무척 자주 사용하는 그것이었다는 점이다. 우리 기업 삼성, 롯데 등등 그들은 모두 일본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었다. 그들 아래의 수많은 계열사들. 일본인들은 라멘 집도 닭 육수 계열 무슨 육수 계열, 스시 집 같은 경우에는 어느 유명한 셰프 아래에서 뻗어져 나온 그러나 수많은 각자 다른 스시 집들이 존재했다. 우리는 어쩌면 서로의 언어를 뺏고 빼앗는 것일지도 몰랐다.


서양인들을 만나 회를 이야기할 때 나는 그것을 무슨 말로 설명해야 할 지 몰랐다. 내가 만약 영국인을 만나 그것에 대해 설명한다면 뭐라 말해야 할까. 당신들이 먹는 것과 다른 것이라는 것도 좋은 설명일지 모르겠다. 그리고 I love...


It's my... 그러나 소유할 수 없는. 죽어 밥상 위에 오른 물고기들은 인간 언어와 같다. 그리고 곧 배설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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