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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 Mar 30. 2023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사진 한 장에 당신의 시선을 가두지 마세요. 그럼 당신은 그것만 볼 테고, 그리고 다른 모든 것들을 보지 못하겠죠."


나는 그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세상으로부터 달아나 그 조그만 액자 틀 속에 존재하고 싶었다. 어느 위대한 건축가가 화가가 만들고 그린 방에 침대에 누워 그 복잡하게 얽힌 네트워크 속 세상을 읽고 싶었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그 말처럼 위대한 미완성적인 문장은 없다.


나는 사탕을 입에 물었고,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나는 오늘 직장상사를 욕했고, 그래서 나는 존재한다. 그러나 무엇 때문인지 죄책감에 시달리고, 그렇게 도망가려 하고 달아나려 한다. 어느 날 나는 그의 모습이 되어 있는 내 모습을 본다.


그러므로 그는 존재하는 것이다. 너는 나를 욕하지 않으면 견뎌낼 수 없고, 그렇게 회사는 굴러가고 돌아가는 것이다.


나는 숙취해소 음료를 마셨고, 그러므로 또 존재할 것 같다.


나는 버스를 탔고, 버스는 경사지고 굽이진 길을 달렸고 수많은 벚나무와 벚꽃들을 보았다. 하늘은 뿌옇고 그래서 바다도 푸르지 않았지만, 그렇기에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들이 나를 설레게만 했다. 그래서, 그러므로 나는 존재했다.


철학가는 묻지 않는다. 그는 답을 할 뿐이며, 그렇기에 수많은 자들이 다시 그에게 묻는다. 실은 그 또한 수많은 물음으로부터 탄생했기에 그 질문이 너무나도 기쁘게만 들린 것이었다.


"눈이 나빠졌어요. 어떻게 해야 하죠?"


침대 위에 누워 핸드폰을 보니까. 그 밝고 환한 것이 당신 눈동자를 병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아픔을 견디게 하기 위해 당신 눈 주위의 근육은 필요 이상의 힘을 소모해야 하니까. 그리고 그는 말한다.


"사진 한 장에 당신의 시선을 가두지 마세요. 그럼 당신은 그것만 볼 테고, 그리고 다른 모든 것들을 보지 못하겠죠."


'전 세상을 읽은 거에요. 사진 한 장에 시선을 가둔 것이 아니라 말이에요.'


나는 그 말에 답했다. 소리 내어 들려주지는 않았지만. 당신 귀는 세상의 소리를 듣지 못하고, 그리고 그 입은 늘 그런 것만 이야기할 테니. 철학을 말이다. 그는 세상으로부터 달아나려 했고 도망가려 했던 것이 아닐까, 그는 어떻게 하다 그런 일을 하게 된 것일까.


먹고 살려고,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먹고 살려고 그런 일을 하게 된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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