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윤범 Apr 04. 2023

친일반민족행위자



"저 바다를 건너면 일본으로 갈 수 있어"


그는 걱정했다. 돌아오지 못하면 어떡하냐고, 그곳으로 가는 배 위에서 죽지는 않을까 걱정이 들었다. 차라리 그것이 나은 일이라면, 내가 만약 친일파가 되어 돌아온다면 그것보다는 나은 일이지 않을까. 나는 가끔 그들의 생각이 궁금하다. 아니, 그들 안에 있었을 마음이 궁금해 뚫어져라 쳐다본다. 땅으로 기운 나무를 보듯, 나는 그 이름에 좌절감을 느낀다.

부러지거나 꺾여 목숨을 잃는 것이 낫지 않는가. 불에 타 온몸이 그을리고 더 이상은 존재할 수 없는 것이 더 나은 일이지 않냐고. 나는 그 말에 용기를 얻는다.

나는 힘을 얻고 싶었다. 그 바다를 건너는 일만큼이나, 거북이 팔을 해 노 젓는 때를 꿈꾸며 말이다. 그러나 내게는 일어서고 움직이게 할 용기와 힘이 필요했다.


"돌아오지 못하면 어떡해?"


그는 글썽이는 눈으로 말했다. 그리고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다. 돌아오지 못하면 어떡하나, 나는 그것을 상상해본 적 없었다. 나는 반드시 그곳으로 향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차라리 그런 꿈을 꿔. 어느 외딴 섬으로 떠밀려가 그곳에서 너를 부르는 내 모습을 말이야."

"올 때 햄버거 세트를 사와 줘. 콜라에 얼음은 빼고."


나는 물고기에 질릴 대로 질려 있을 테니, 어디선가 엮여 들어오는 미역줄기들을 보며.. 그래도 나는 죽지 않았구나.

아직 숨이 붙어 있는 것은 그토록 비참한 일이 아닌가. 결국 어느 편에도 서지 못한 채 그 섬에 머물기만 한다면, 동서남북으로 꿈이 열려 있는 곳으로..

그러나 그건 현실이 아니었다는 것을 나는 안다. 우리는 국적을 택해야만 했다.

나는 한 민족에 있어야 하고 전통적인 노래를 외우고 부를 줄 알아야 하며, 그것이 내 정체성이다 말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니. 그렇게 그 땅의 이름을 알고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왜 대한민국인인가, 그리고 왜 애국가를 부르는가.


"그 노래에는 왜 서해가 나오지 않는지 궁금해. 남해는 또 왜?"


나는 몰라 대답하지 못한다. 나도 몰라 끝내 입을 열지 못한다. 우리는 북쪽 바다를 꿈꾸지 못하는 운명인 것만 알뿐 말이다. 그럼에도 그 너머에는 분명 더 큰 바다가 있을 것을 안다. 

작가의 이전글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