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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 May 05. 2023

'아메리칸 갱스터'



어두운 세계에 사는 사람은 나쁜 것에 손을 대거나 나쁜 짓을 하거나, 또는 나쁜 사람이 된다. 사람들은 덴젤 워싱턴이라는 배우를 어떤 이미지로 떠올릴까. 그가 나온 영화를 보았다면, 그래서 그에 대한 인상이 남았다면 과연 어떤 얼굴을 떠올릴까. 나는 그가 신사 같다고 느꼈다. 거부감 없는 얼굴이기도 했고, 한 미국인은 내게 그를 지적이라 하기도 했다. 자신은 그 얼굴을 지적인 이미지로 떠올린다고 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이야말로 그런 그의 매력을 정말 잘 끌어낸 것이 아니었을까. 영화 '아메리칸 갱스터'는 러셀 크로우가 출연하는 분량도 길지만 오직 덴젤 워싱턴만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그는 그곳에서 시카고의 깡패, 갱스터였다.


러셀 크로우는 이 영화에서 미국의 형사를 연기했다. 어두운 세계에 사는 나쁜 남자를 잡으려 그는 그에 대해 알아간다. 프랭크는 태국과 베트남을 오가며 마약 밀수를 한다. 전쟁의 혼란을 틈 타 질 좋은 마약을 들여오고 싸게 판다. 그렇게 그는 그 세계를 장악해갔고 경찰의 추적을 받게 되는 그런 스토리다. 감독은 흑인 깡패들의 삶을 비추며, 그러나 그것을 다소 영화적으로 포장했다. 프랭크는 멋있게 그려지고 시카고의 흐린 풍경은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나는 그 거리가 좋았다. 무엇 때문인지 편안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분위기 있었다. 덴젤 워싱턴이 에스프레소잔을 들 때 나는 그 분위기를 만끽했다. 마치 그가 나인 것처럼, 그 삶이 내 것인 듯 스스로를 그 속에 집어넣었다. 지금도 난 때로 프랭크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때 난 그 영화를 보고 싶어 본 것이 아니었다. 그건 아주 오래전의 일이었다. 2007년에 개봉된 영화이니 2007년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 영화를 극장에서 봤다. 시카고에서 온 한 흑인 여자와 만날 약속을 했고 그는 영화 티켓 두 장을 예매했다. 제목은 'American Gangster'라고 했다. Denzel Washington이 주인공으로 출연한다고 했다. 영화 상영시간이 몇 시간이 남아 근처 술집에 가 술 한 잔을 기울였다. 무슨 이유 때문인지 나는 그를 일본식 선술집에 데려갔다.


그는 극장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깊은 감상에 젖은 듯 영화 속 장면들에 푹 빠져 있었다. 나는 그 분위기가 좋았을 뿐, 그때는 어쩌면 그 영화가 그렇게 멋있는 줄 몰랐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날의 추억을 이따금 떠올리다 그 영화를 보면 새로웠다. '덴젤 워싱턴이 지적이라고?' 나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intelligent'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반복해서 맴돌았다. 그 영향 때문인지 훗날 나는 그의 이미지를 내 소설 내 이야기 속에 녹이게 된다. 조금은 다른 모습으로, 그리고 조금 다른 이름으로 말이다. 아무튼 나는 그의 팬이 됐고 때문에 그의 아들 존 데이비드 워싱턴이 출연한 영화 '테넷'도 흥미롭게 감상했다. 두 남자의 목소리가 매우 비슷하다. 그리고 두 영화를 만든 감독들의 국적이 같다.




미국은 마약과 총기 사건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나라다. 미국 정치계에서는 늘 그것에 대한 심각한 이야기들이 나오고 사람들의 근심은 깊다. 그때 시카고에서 온 그 여자도 내게 그렇게 말했다. 시카고의 겨울은 춥고, 어린 시절 시카고의 밤거리는 너무도 무서웠다고. 


미국은 큰 전쟁들을 치러야 했고 그 상처는 온전히 국민들에게로 전달되었는지 모른다. 내가 추측할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이다. 또 그들은 어떻게 코카콜라 같은 음료를 만들게 되었는지 그저 놀라울 뿐이다. 아무튼 요즘 나는 콜라에 조금 중독되었다. 심각한 수준은 아닐지 몰라도 나는 그것을 입에 대는 일이 잦아졌다. 그런 비교적 안전하고 몸에 덜 해로운, 심지어 좋은 작용도 하는 그런 음료도 있는데 왜 마약 같은 것에 손을 대는 걸까. 사람들은 왜 더 심각한 수준의 중독에 이르려는 것일까. 그리고 그들은 왜 총 한 자루를 손에 쥐게 되었을까. 나는 미국이라는 국가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그래서 짐작하기 어려운 감정이다. 그러나 내가 느낄 수 있는 것은 있다. 삶은 때로 겨울처럼 춥고 그가 살던 동네의 거리처럼 무섭다는 것을. 취하거나 커다란 힘을 손에 쥐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 모습이 덴젤 워싱턴의 모습이기를.. 또는 그런 상상으로 끝나기를..


나는 깡패들에 대해 알지만 갱스터들은 또 다른 무리들이었다. 그리고 나는 총소리가 들리는 거리에 있어본 적 없다. 한 번쯤 그들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이 영화를 추천한다. 그런 분위기에 한 번쯤 젖어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말이다.



American Gangster, 2007/ Ridley Sco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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