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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 May 07. 2023

'Let It Be'



영국의 왕조도 백 년이 넘게 유지되는데, 대한민국 사회에 속한 인간들 신분 역시 그리 쉽게 바뀔 리 없다. 그 국가가 우리들 중 누군가에게는(내게는) 희망이라면 말이다. 그들은 달라, 이 나라는 이상하고 바뀌지 않아, 그런데 알고 보면 그들도 별로 바뀌지 않았다는 것을.

왕이 있으면 신하가 있어야 하는 것처럼, 왕이 존재한다면 백성들이 있어야 하듯 이 구조는 크게 달라지거나 변형될 리 없다. 아직도 비틀즈의 노래를 듣는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있듯 영국은 그런 나라다. 그들은 여전히 강한 힘을 가진 국가다. 그들에 비하면 하찮거나 이름 없는 존재들은(그런 가수들은), 그러나 요즘은 그런 가수들 그런 노래(그런 국가)가 좋기도 하다. 한국의 가수들이 세계에서 그토록 찬사 받고 사랑받을 줄 누가 알았는가. 그래도 왕은 여전히 비틀즈다. 그들은 대중음악의 역사를 크게 바꾸어 놓은 전설적인 밴드, 그룹이다.

Let it be.. let it be.. 오죽했으면 중학교 영어시간에 나는 비틀즈의 노래를 듣고 따라해야 했을까. 나는 라디오헤드의 음악에 빠지기로 마음 먹었던 건지(그래야만 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Yesterday, 그 우울한 노래는 너무도 감동적이었지만 나는 라디오헤드의 노래를 들으며 마치 잠에서 깨듯 일어났다. No surprises.. 그 우울함을 넘은 몽롱함은 나를 꿈 같은 세계에서 걷고 뛰도록 했다.

나의 밤낮은 늘 바뀌곤 했듯 나는 지구 반대편의 세계를 동경했다. 그 노란 머리의 인간들을 우러러봤다. 어느 날 그 머릿속에는 도대체 무엇이 들었을까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우리는 왕을 잃은지 오래였다. 그렇기에 그들은 언젠가 우리를 우러러볼 수 있다. 그리고 동경하게 될 수도 있다.

왕자도 공주도 없는 세상, 모든 우리 딸과 아들들이 그런 신분으로 여겨지는 이 나라 이 땅에서의 삶이 나는 좋다. 그리고 사랑한다. 애국심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오늘(어제) 영국에선 찰스 3세의 대관식이 있었다. 우리는 오늘 하루 그 이야기를 가장 중요하게 다룬다. 그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는 왜 영어를 배워야 했으며 어떤 사람들은 모국어를 잊어가면서까지 그 언어로 말해야만 했을까. 존 레논이 한국 여자가 아닌 일본 여자와 사랑에 빠졌듯(백남준이 오노 요코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듯), 그가 아무리 폴 매카트니와는 다르게 예술가 사회운동가에 가까웠다 해도 사람들은 누구나 힘을 가지고 싶어 한다는 것을. 조금 다른 것은 변화를 꿈꾸는 사람들은 새로운 힘을 얻기를 원한다는 것뿐. 과연 우리가 영국의 새 시대를 열 수 있을까.

한국인이 유니언 잭을 집안 벽에 걸어두는 시대에 나는 그것이 그토록 위험한 일이라는 것을 안다. 런던의 한 마트에서 일하는 여자 로라를 만나는 상상에 빠진다. 빵집이어도 좋다. 카페여도 말이다. 나는 꼭 그곳에서 운명적인 사랑을 마주할 것만 같은 기분이다. 그때 다시 비틀즈의 노래를 들으리. Let it be.. let it be..

피카딜리 서커스 주위를 맴돌까, 아니면 폴 스미스 매장에 들러 옷을 고를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경기를 보러 올드 트래포드로 갈래. 아니, 스코틀랜드로 가는 열차에 올라 또다시 잠에 빠질래.


https://youtu.be/QDYfEBY9NM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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