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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 Jun 06. 2023

폭풍 앞에서 난, 우리는...

https://youtu.be/e4OJC3UXbpc



"아는 사람들 통해 연결 연결, 그게 베스트인 거 같아요."


그랬던가. 영화 '기생충'에서 조여정은 대충 그런 대사를 했다. 그건 곧 믿음의 벨트로 일컬어지게 되는 것이다. 애플 제품을 경험해 본 사람들은 이야기했다. 애플은 제품들 간의 연결을 통해 계속 사게 되는 구조를 띄고 있다고 말이다. 나는 며칠 전 삼성전자에서 나온 핸드폰 퀀텀 3를 구매했다. SK 텔레콤과 합작하여 만든 제품이라 통신사를 바꾸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만 했다. SK 텔레콤은 2018년 스위스의 세계 1위 양자 암호 통신 기업인 IDQ를 인수해 이러한 칩셋을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양자 암호란 양자 중첩 양자 얽힘, 상태의 복사 불가능성과 같은...

아무튼 그건 완벽한 보안 기술을 자랑한다 한다. 그런데 학계는 또 고개를 갸웃하고, 난수 생성에 양자 기술을 이용한 것은 맞지만 이를 양자 보안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런 어려운 이야기를 한다. 나는 그저 막 쓸 수 있는 핸드폰을 필요로 했다. 저렴하고 오래 쓸 것 같은 제품을 고르다보니 그런 듣도 보도 못한 핸드폰을 만지게 됐고 손에 쥐는 순간 곧바로 이끌렸다. 무게도 가벼웠고 크기도 적당했다. 원래 쓰던 폰보다는 조금 더 큰 폰을 쓰고 싶었고, 개통을 위해 디테일러가 지시한 대로 폰을 껐다 켜니 Swiss Quantum이라는 아름다운 글자들이 떴다. 내게는 그 순간이 가장 만족스러웠고 결국 양자 보안이라는 단어까지 알게 된다.

조직 안의 중요한 정보를 캐기 위해서는 먼저 문고리를 끊어야 한다. 이를테면 그런 것이다. 기생충에서 기택이 박 사장의 집으로 침입하는 과정 또한 그랬다. 먼저 아들 기우가 움직였고 그가 그 집 문을 열었다. 그는 그 과정에서 '기세'라는 단어도 사용했다. 어머니에게서 배운, 아니, 어쩌면 그를 자극했던 것인지도 모르는 단어. 

기생충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최고의 영화들은 대부분 CJ라는 일류 회사를 통해 선보인다. 우리나라 시장의 특징 중 하나는 범삼성가라 불리는 거대한 네트워크 안에서 많은 거래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또 다른 세계 또한 존재한다. 롯데 자이언츠에 맞서기 위해 부산에 원정을 오는 다른 KBO 팀들은 온천장에 있는 농심호텔을 이용하는데, 반대로 롯데 선수들은 서울에 가면 잠실 롯데호텔을 쓰고 그런 것이다. KG 모빌리티가 아니면 국산차 중에서는 현대기아차를 피할 길 없고 누군가는 그런 불평을 하게 될 수 있다. 결국은 그런 말을 하게 되는 말이다. 지네끼리 다 해 먹는다. 그래서 나는 그 제품을 쓰지 않겠다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것들은 내게 별로 재미 없는 이야기다. 그래서 나는 그런 생각을 한다. 그렇다면 CJ는 문학이라는 세계를 확장시키고 한국 문학을 알리는 데에는 관심이 없을까? 이제는 그것이 더 이상 가치가 없어진 것이기에 그런 것일까 그런 멋진 질문을 한다. 그러다 센텀시티에 있는 테슬라 매장 앞에서 담배 한 대를 태우다 든 생각이었다. 저 고대 상형문자와도 같은 글자들을, 그 속에 있는 비밀들을 풀어내면 새로운 세상으로 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리나라 일류 기업들도 문학의 가치를 잘 알고 있다. 한 예로 카카오는 브런치 스토리를 통해 많은 작가들의 이야기를 실어 나르고 있다. 그러나 나는 작가이기보다 자기 이야기를 하는 한 명의 사람으로 보여지기를 원하게 됐다. 이곳 브런치 스토리에서 결심하게 된 것이다. 라이킷수와 구독자수를 늘리기 위해 서로가 서로의 글을 읽으며 공감하게 되는 모습도 보며 이것도 아닌 것 같았다.

나는 파리에 있을 때 죽은 Samaritaine 건물 앞을 서성대곤 했다. 이 건물은 뭐길래 이렇게 방치돼있을까 궁금해하다 한때 유명했던 백화점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LVMH가 인수해 재건축을 통해 다시 문을 열 것이라는 소식도 전해 듣게 됐다. 그때 프랑스에서는 LVMH가 패션계를 다 잡아먹으려 한다 그런 이야기가 있었다. 하지만 그 덕에 그 죽은 사마리아인을 다시 살리게 될 수 있지 않았는가. 나는 늘 그저 한 명의 사람으로 거대한 조직으로부터 해방되고 싶은 마음뿐이다.

이 국가로부터 떠나고 싶어 나는 그곳으로 도망치듯 달아난 것이 아니었나. 폭풍이 몰아쳐 내 방 안을 휩쓸기 전에 나는 그곳으로 가고 싶었다.

범삼성가가 지배하지 않는 시장은 맑은 하늘 화창한 날씨일까. 현대기아차를 타지 않아도, 차선책으로 독일 3사의 자동차를 선택해 타고 다닌다고 해서 달라질 건 무엇일까. 유럽 땅 여기저기서 굴러다니는 현대기아차와 곳곳에 붙어 있는 삼성 스마트폰 광고를 보며 나는 뿌듯해했다. 이제는 옛날이야기이지만 그때는 외국에 나가 삼성 광고를 보며 애국자가 된다 말하던 시절이었다. 집착을 가르치던 시대에서 더욱 올바른 것들을 가르칠 때 좀 더 나은 세상이 찾아올까. 이곳은 더 살기 좋아지고 그래서 나는 더 행복해질까.

나는 아이폰14 pro를 사 영화나 찍는 취미를 가지고 싶었다. 하지만 영화감독들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영화를 찍는다는 사실을 알면 나는 그런 말을 하기 어려울 것이다. 나는 늘 영화가 찍고 싶었다. 아이폰 카메라가 정말 좋은가 그런 질문도 던지고는 한다. 삼성에서 나온 자동카메라보다 니콘이나 독일에서 만든 카메라들이 좋고 매력적이라는 것을 나는 알았다. 삼성이 칼자이스 렌즈를 쓰며 새로운 길을 모색했을 때도 나는 그것을 외면했다. 칼자이스 역시 나치를 도운 기업이었다 전해진다. 삼성은 일본이 없었으면, 아니 우리나라는 일본이 아니었으면 지금과 같은 세상을 누리지 못했을 수 있다. 지금은 미국이라는 국가 없이 좋은 세상을 살기 어려운, 그런 기대를 하기가 힘든 시대이다. 그것이 죄라면 나는 벌을 받을 준비가 돼 있다. 그들에 기대었던 것이 죄라면 말이다.

우리나라 영화감독들은 세계 영화제에서 상을 받고 와야 최고 감독이 됐다. 나는 늘 그런 현실이지 않기를 원했고, 그리고 자주 국가가 되기 위해 자주 밖으로 나가야 함을 느꼈다. 그렇게 느끼게 된 건, 그래서 난 그런 세상이 아니어도 충분히 더 좋은 세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전쟁은 좀 더 어려운 문제다. 그렇지만 그건 그렇다. 미국 군대의 큰 배가 부산 앞바다에 오지 않아도 편히 살 수 있을까 아직도 의문인 일이다. 안철수가 말한 과학기술 강국의 길은 여전히 멀기만 한 걸까. 그런 그가 훗날 전쟁광으로 불리게 될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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