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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 Jun 12. 2023

오늘 내 장바구니



겨울이 오면 검은 코트 안에 빨간 재킷을 입고 그 안에 흰 목티를 입어, 언젠가 그런 모습으로 잉글랜드의 땅을 거닐겠다며 그런 식으로 옷 입는 상상을 한다. 쇼핑의 끝은 어디일까, 아웃렛일까. 도시를 벗어나 달리면 우린, 그리고 바다를 건너 정말 그곳으로 갈 수 있을지..


나는 늘 일본으로 가고자 하는 소망이 있었다. 한 프랑스인은 내게 그렇게 말했다. 네가 도쿄나 오사카에 가면 그곳을 정말 좋아할 것이라고. 그러나 나는 너무 많은 한국인들이 찾는 도시로는 가고 싶지 않아 새로운 여행지를 물색했다. 그 끝에 찾은 것은 가나자와 시였다. 그곳에서 난 어떤 옷을 입고 있을까. 그리고 마지막 꿈, 섬 북해도로 향하는 배를 탈 수 있을까. 히토미와 히사시는 아직 그곳에 있을까.


일본인들은 오래 전부터 영국인들에게서 동질감을 느끼곤 했다 한다. 같은 섬나라이며, 누가 먼저 시작한 것인지 자동차들은 모두 왼쪽 차선으로 달리며 그래서인지 두 국가는 닮은 구석이 있다. 내 시선 속에는 그들이 그렇게만 보인다. 때로 엄격하며 어느 순간 미친듯이 자유로우며, 그래서 나는 새로운 평화를 느낄 것만 같다고. 내겐 늘 자유를 찾아 떠나고픈 희망이 있었다. 절망이 나의 반나절이라면, 그리고 무의미한 시간들을 지나 그 끝에서 희망을 발견하고는 했다. 아주 짧은 시간 나는 꿈 꾸는지도 모른다. 다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나는 결국 빈손으로 집으로 돌아온다. 내일 사겠다며 티셔츠 사기를 미룬 지가 며칠이 지났다. 당신의 장바구니는 얼마만큼 채워졌는가. 그리고 또 얼마만큼 큰 허무함을 손에 쥐었는가.





나는 내일 다시 롯데 아웃렛으로 갈 것이다. 알렉산더 맥퀸 신발을 60만 원 주고 살 수 있다는 것이 오늘 하루 내 희망이었다. 언젠가는 꼭, 그리고 나는 그곳에서.


야나가와 히사시는 여전히 후줄근한 야상을 걸치고 하코다테 시의 한구석에 처박혀 있을까. 그러면 히토미는 돌아서 한숨을 내쉴지도 모른다. 나는 런던에서 어느 순간 그들이 유명해져있는 순간을 목격하게 될까.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랬던 것처럼. 머나먼 땅에서 자신의 책이 수도 없이 팔리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될런지.. 그리고 난 다시 쇼핑을 하러 그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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