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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 Jun 26. 2023

물이 떨어지면, 하늘에서 바다로



그래서 넘어지는 것인지 모른다. 나는 그 길에서 왜 조마조마한 지 모르겠다. 어리석은 짓들을 하지 않기 위해, 그래서 나는 그토록 어설픈 동작을 해야만 했던 것인가. 하늘에서 땅으로, 바다로 물방울들이 떨어진다. 결국 난 그 땅의 끝에 섰고 다시 저 먼 곳을 본다. 몇 척의 배와 큰 다리와 높은 빌딩들 사이로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을 세상을 그린다. 우리는 공기가 있어 사는 게 아닌가. 비는 곧 그칠 것이다. 그리고 다시 내릴 것이다. 나는 그 과정을 보려 했다.



"당신이 왜 여기 왔는지 잘 모르겠군요. 우린 더 이상 서로 볼 일이 없는 것 같은데요. 그 긴 글은 잘 읽었어요. 글을 잘 쓰시더군요. 그런 쪽으로 재능을 발휘해보시죠."

나는 그때 일을 기억하며 다시는 그곳으로 오지 않으려 했는데, 실은 자리돔이 들어간 물회를 파는 식당에 가기 위해 들렀을 뿐이다. 자리돔의 고향은 제주도인가. 그건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다. 나는 단지 어쩌다 그 음식이 이곳으로까지 건너오게 되었는가 물을 뿐이다. 누가 그 음식을 처음 만들었는지를..

"미안해요."

"그럴 필요 없어요. 누구한테 미안한 거예요? 저한테요? 저는 그저 제 팔에 상처 하나를 입었을 뿐이고, 당신은 어느 순간 그 기억마저 잊고 살겠죠. 가장 불행한 일은 그거예요. 그런 기억마저 잊고 사는 거.. 저한테 미안할 거 없어요."

제주도 사람들은 물회에 된장을 풀어, 그래서 나는 그 맛을 잊지 못한 것인지 모른다. 나는 그 비밀에 다가가려 했다. 이빨에 부딪히는 뼈와 같은 감정들에 나는 끝내 무언가를 깨우치고자 했던 것이다. 그곳에서 나는 어떤 여자를 만났다.

"떠났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직 여기 계시네요."

그 물음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여자에게 난, 왜 아직 떠나지 않았냐고, 왜 먼곳으로 가지 않아 내 눈 앞에 다시 나타난 것이냐 묻고 싶었다. 나는 정말 그의 말처럼 그 일을 잊은 듯했는데, 그러나 다시 떠올리고야 만다. 그 검은 신발을 보았기 때문이다. 빗물에 반쯤 잠겨 있어 그 모습을 미처 지우지 못했던. 그 빗물들은 다시 하늘로 떠오르고 나는 그 광경을 목격할 것만 같았다.

노력했지만 나는 끝내 잊고 말았다. 실은 그곳에 정박해있던 배가 그때 그 배였는지도 나는 알지 못했다. 무엇을 싣기 위해, 또는 무엇을 잡으러 가는 배일까. 그렇게 몇몇의 사내들을 태운 배가 떠났다 돌아오고 나는 다시 그곳 앞에 섰다.



"정인 씨요? 지금 여기 안 사시는데요. 제주도로 가셨어요. 이사하셨어요."

나는 몇 개월이 지나 다시 그곳을 찾았고, 그땐 그 여자가 정말 보이지 않았다.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갔다고 했다. 문 앞에 선 여자는 내게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걱정스러운 듯 나를 보았다.

나는 발걸음을 돌렸고, 등 뒤로는 여전히 낯선 시선이 머물러 나는 돌아보지 못했다.

내 하늘과 내 바다여. 그러나 그들은 나를 도와주지 않고 되레 성난 표정만 지어 보일 것을. 다시 비를 쏟아부을 것이고 회색의 구름들로 내 꿈을 망칠 것을. 그럼에도 나는 집을 나와 걸을 테니. 나는 새로운 계획을 하며 다시 새로운 땅을 밟을 준비를 한다. 비는 다시 내리고, 그러나 돌아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걸. 나는 그 모습들을 잊지 않으려 했다. 누구도 보지 못했던 그 현상을. 바다에서 하늘로, 그리고 물이 떨어지면.



https://youtu.be/YxsNAdk73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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