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by 문윤범


영화는 정우가 미연을 만나는 장면에서부터 시작된다. 두 사람은 손을 잡고 있고, 하지만 그것을 놓으며 서로 멀어진다. 정우는 미연에게 이별을 말하고 그는 새로운 사랑을 찾아 떠난다. 남겨진 건 미연이었을까. 하지만 버린 건 정우가 아니었을까.


타이틀이 뜨면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Olafur Arnalds의 Tree였다. 이 아이슬란드 피아노 연주가의 음악은 그들 사이에 남은 감정들을 잔잔히 전달해낸다. 그 속에도 격정은 있으며, 그럼에도 흥분이 존재한다. 이별 앞에서도 아무 말 없는 그들의 심정을 표현해낸다.


잠에서 깬 미연의 눈에 비친 세상은 아침이었으며 새로운 하루였다. 감독은 미연의 이불 개는 모습과 빵 굽는 모습, 그리고 머리 감고 세수하는 모습마저 빠짐 없이 담아낸다. 마치 그녀의 일상이 정상적임을 보여주는 듯한 연출이었다. 육체만 그렇게 움직일 뿐이었다.


감독은 씨네39와의 인터뷰에서 그렇게 말했다. 육체는 기계적이기도 함으로 때론 인간의 감정을 모두 담아내지 못한다고. 관객들을 그녀의 움직임에 집중시키면서 오히려 정신에 주목하게 했다고. 애초에 주수연을 미연 역으로 염두에 두었던 것도 전작 '낙동강'에서의 신체 연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는 그녀의 연기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반대로 유준영의 표정 연기를 논하면서 그런 연기를 할 수 있는 20대 배우는 드물 것이라고도 했다.


영화에서는 정우의 표정과 미연의 신체에 포커스를 맞춘 장면들이 많았다. 정영인 감독 영화 특유의 무미건조한 톤도 절제미를 선보인다. 미연은 미국으로 떠나기로 결심한다. 미연이 그곳으로 떠난 몇 달 뒤 정우는 그녀의 소식을 듣게 되는데 인터넷 기사를 통해서였다. 미연의 실종 소식도 함께 듣게 된다. 미네소타 요한나 호수에서 실종된 한 한국인 여성.


정우의 새로운 연인 역할을 맡은 에밀리아 클리츠는 헐리우드가 주목하는 신예 배우다. 밀라의 호수 같은 눈망울을 클로즈업하는 장면이 이 영화의 클라이막스다. 에밀리아 클리츠는 캐스팅 단계에서부터 화제가 됐다. 정영인 감독은 그녀를 LA의 한 극장에서 만났다고 했다. 그녀와의 첫 만남을 회상하며 그는 그렇게 말했다. 자신의 눈에는 그녀의 눈밖에 보이지 않았다고.


영화 '리뷰'를 리뷰하면서 다시 보게 되는 건 이 세상이다. 우리는 무엇을 찾아 그토록 떠나며 또 홀로이기를 원하는가. 끝까지 누군가의 곁에 있게 되는 정우와 다시 한번 이별당하게 될 운명의 밀라. 그리고 이미 사라져버린 하나의 생명. 침묵이 대사처럼 느껴질 때 영화는 더 깊은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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