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by 문윤범


영화 '사랑'은 전형적인 남자 영화, 아니 남성 판타지 가득한 영화라는 평을 들었다. 그렇지만 여성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부분도 있었다. 단지 서울 감성이 아닌 듯하고 부산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 뿐이다. 부산 감성이란 무엇일까. 그게 통속과 신파는 아닐 것이다. 전형과 상투의 문제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것을 버리지 못하는 문제일지도 모른다.


확실히 부산은 서울보다 뒤쳐졌다. 때론 그것이 열등감으로 표출되기도 하는데, 반대로 부산 사람들이 서울 사람들의 억양을 비하하는 경우도 있다. 주진모의 눈빛이 아주 많은 지분을 차지한 영화였지만 박시연의 목소리와 입술, 외모도 꽤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일단 그녀의 사투리는 정확했다. 약간 소름 돋을 정도였다. 가끔 부산 출신 배우들에게서 느끼는 것이다. 과장된 부산 사투리를 어릴 적 주말 드라마 같은 데서 정말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곽경택 감독의 '친구'가 사랑받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유오성과 장동건 모두 부산 사람들이 아니었기에 사투리 연습을 꽤 많이 시킨 것으로 알고 조연 단역으로 나오는 배우들의 사투리 연기도 훌륭했다. 특히 김정태, 당시 김태욱의 사투리, 깡패 연기는 독보적이었다. 부산 사람들도 그런 사람들을 무서워한다. 부산 사람들이 깡패 기질이 있는 것은 아니다. 난 사람들이 모두 깡패 기질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숨기거나 드러내는 것의 차이일지도 모른다. 참거나 참지 못하는 감정의 문제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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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남자라서 박시연을 좋아했다기 보다는 이 영화를 좋아하는 부산 여자들도 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친구에서의 진숙이 캐릭터도 그랬다. 곽경택 감독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것이 상처 많은 부산 여자가 계단이나 바위 등에 걸터 앉아 먼 곳을 바라보며 이야기하는 장면이다. 그만의 클리셰인 동시에 시그니처이기도 하다. 부산 사람들은 바다를 좋아한다. 바다 보며 이야기하는 것을 낭만처럼 여긴다. 그리고 이곳은 계단이 많은 도시이기도 하다.


지랄 같네 사람 인연, 그 문구는 솔직히 와닿지 않았다. 그런 관계는 흔치 않다. 대충 중구 영도구 사는 사람들끼리 만나고 엮이고 하는 거 같은데 그게 극적인 것도 좀 이상하다. 하지만 박시연이 나도 니 지켜주께라고 말하는 대사는 너무도 촉촉하고 감성적이었다. 그런 관계는 흔했다. 나는 그런 말을 해보지도 들어보지도 못했지만 말이다.


사랑, 2007/ 곽경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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