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윤범 Jul 09. 2023

무인



누군가가 그에게 그렇게 말했다. 인간의 걸음은 시간보다 느리다고. 그렇게 달아나려 해봤자 끝까지 쫓아올 것이라고. 칼 루이스도 붙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도주 중이다. 그의 살인은 예고되지 않았으며 자신도 그런 일을 저지를지 몰랐다. 그는 10층 건물을 계단으로 뛰어 내려왔고 그곳을 벗어나 좁은 골목길들을 이리저리 뛰었다. 경찰차 사이렌 소리가 도시의 밤을 요란하게 만들었고 사람들은 멈춰 서 그 차를 본다. 누가 미친 것인지 또는 누가 죄를 지은 것인지 사람들은 알 수 없다. 11시 59분에 멈춘 시계는 곧장 12시가 되며 하루가 바뀐다. 그는 멀리 아주 멀리 달아났다. 그러나 아직 그 나라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는 신원조차 확인되지 않았으며 누구도 그런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건물 천장 구석에 걸린 카메라 또한 그를 인지해 내는데에 실패한다. 하지만 그는 안다. 그를 마지막으로 보았던 사람, 그리고 처음 만난 사람은 그를 기억한다. 그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사람들은 그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이야기는 흘러간다. 그러나 무엇 때문에 그가 그런 일을 저질렀는지를.



경비원이 자리를 비운 사이 그는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그곳에 자신의 몸을 숨기려 했다. 그 속 멈춰 있는 차 한 대에 올라 잠이 들려 했다. 언제든지 다시 떠날 수 있도록 그러려 했다. 그의 모습이 방배동 건물의 CCTV에 잡힌 것은 6월 26일 밤 11시경이었다. 무릎이 찢어진 청바지에 흰 티 차림이었고 그건 26일 낮 논현동의 옷 가게에서 도난당한 상품이었다. 추사박물관 주차장에서 발견된 흰색 쏘나타 차량은 운전석 창문이 사라져 있었고 그 차는 어느 금융회사 건물 지하주차장에 머물렀던 것이다. 그는 주위를 살피며 걷는다. 그의 등은 움츠러들지 않았고 땀에 젖지도 않았다. 그는 그 차 앞에 선다. 빠른 걸음이 멈춰 선 곳은 쏘나타 앞이었다. 그러나 그것 역시 시간을 앞서지는 못할 것이다. 태오는 그에게 말했다. 자동차도 너를 어제로 가게 하지 못한다고.

그는 그곳에서 그를 만났다. 그가 태오를 만난 것은 6개월 전이었다. 어느 카페에서였다. 그곳에는 종업원이 없고 손님이 앉았다 간 자리를 치워주는 사람이 없는 곳이었다.

"여기 처음 오셨어요?"

그는 그 화면 앞에 섰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손가락을 움직이지도 어떠한 글자조차 건드리지 못했다.

"어려운 거 아니에요. 자, 보세요."

그는 카페 창가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었다. 한 남자가 걸어왔고 문을 연다. 그리고 키오스크 앞에 선다. 그는 그 앞에서 불안해한다.

"고마워요. 처음 해봐서."

두 남자는 그 순간 서로의 시선을 마주친다.



"알 수 없군요. 불법체류자 같은데요. 외국인은 아닌 것 같고.. 그러면"

그들의 이야기는 결국 그런 식으로 흘러가고 말았다. 그를 낳고 기른 곳은 연길이라는 것처럼, 그곳에서 그의 일생이 다시 시작될 것처럼 주제는 그렇게 바뀌고야 말았다. 그들은 착각하는 것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그는 무국적자였다. 그는 어디에서도 어디로부터도 온 것이 아니었다. 어느 곳으로 가는지가 그들 목적이 아니었던가. 누가 과연 뒤를 돌아보았던가.

지난 어느 날 그곳에 벚나무가 있었다는 것을 사람들은 기억하는가. 잊지 못할 이야기처럼, 그들은 결국 지우지 못해 오래도록 보관하게 될 기록들을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 가게의 이름은 무인이었다. 누구도 그곳에서 커피를 마신 사람은 없다. 카페는 그저 앉았다 가는 곳일 뿐, 어떤 사람도 커피에 혼을 빼앗겨 그곳을 찾는 사람은 없다.




https://youtu.be/F3qS-9jt9go

작가의 이전글 'Possessio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