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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 Jul 24. 2023

A8 탑승자

자동차 기자가 되려면 자동차를 잘 알아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렇지 않다고 했다. 한상기 기자의 말이었다. 어디까지나 그 개인의 의견이지만 대체적인 경우일지 모른다. 랩퍼는 힙합을 잘 알아야 한다, 그것이 맞는 말인지도 나는 알 수 없다. 그는 말했다. 자동차 기자가 되려면 어떤 식으로든 어느 정도 글을 쓸 줄 알아야 한다고. 거의 매일 같이 글을 쓰는 나로서는 재미있는 이야기였다. 내가 그 기자의 유튜브를 보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나는 늘 언론 기사를 읽어왔다. 매일 같이 스포츠 신문 기사를 읽던 어린 시절의 내 모습을 기억한다. 소설을 쓰려면 창작 능력이 있어야 할지도 모르지만, 차라리 그런 생각을 한다. 어떤 일이든 자신이 잘하는 것이 있어야만 한다. 나는 살며 이런 저런 일을 하며 나보다 더 창조적인 사람들을 많이 봤고 창의성 있는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그들과 나의 차이는 작가가 되는 일에 대한 의지의 있고 없음, 그 차이였다. 그런 일을 하는 것에 대해,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조차 정녕 수줍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스포츠 경기나 영화를 보고 나와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었다.

20대 후반쯤에는 영화감독을 하고 싶었다. 무언가 그런 일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살며 가지게 된 습성이나 성격 같은 것은 나를 그런 길로 이끌지 않았다. 여러 명의 사람들이 있어야 하고 각종 장비를 구하는 일 같은 것에도 의지가 있어야 하는데 내가 한 것이라고는 고작 카메라 한 대 들거나 모델 한 명 찾는 정도의 일이었다. 그 대상조차 꼭 쓰고 싶었던 사람 한 명이 아직도 가끔 생각날 정도다. 끝내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던 내 모습을 본다.

작가나 소설가가 되려면 구도 정도는 잡을 줄 알아야 한다. 구성하는 능력 같은 것이 있어야 한다. 나는 더 이상 그 일을 직업으로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다른 직업을 구해서가 아니라 내가 힘을 얻고 스스로 위로를 얻던 일이 직업이 되면서 달라지는 습성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상기 기자의 유튜브를 보며 느끼는 것은 진정 그 일이 하고 싶으면 그냥 하는 것이었다. 자동차 기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에 대한 질문들에 그는 답했다. 자동차 관련 매체에 입사하면 된다고.

나도 차를 좋아하는데 기자가 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나중에 돈 벌 거리가 없어 재능을 살려 그 일에 뛰어든다면 모를까, 그냥 카메라 한 대 걸어놓고 이런저런 이야기나 하며 운전하고 싶다. 그처럼 아우디 A8 시승 신청 과정에 대한 이야기나 그들 업체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거나.

기계를 조립하는 회사에 취직하면 술을 마시며 또 그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 일 이야기는 하지 말자면서도 일 이야기만 하는 것이 보통의 직장인들 모습이다. 듣고 싶지 않아도 들려오는 소리들이 있다. 오늘 점심 때는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옆자리에 앉았고 배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이센스를 만나면 나는 그와 무슨 이야기를 나눌까 궁금해한다. 한 번씩 그를 만나는 상상을 하고는 한다. 그와 내가 매일 같이 하는 일에 공통점이 많다 생각해 그렇다. 역시, 랩퍼라 그런지 글자들이 많이 적힌 옷을 좋아하더군요 말할 것 같다. 실은 좋아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글자로 받는 스트레스 글자로 풀려 그러는 것일지도. 심지어 나는 간판 보는 일에도 취미가 있다.

내가 무언가가 되고자 해서 나는 잘 되는 꼴을 못 봤다. 인터넷 세상에서는 어느 정도 가능해지기 시작한 일이다. 점점 그런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열받고 화내고 분노하는지 모른다. 현실 세계에서는 여전히 무엇도 내 뜻대로 이루어지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개는 물론이고, 고양이마저 꼬드기는 것이 가능해지는 세상인데 인간은 그렇지 않다. 아직도, 전혀 말이다. 그들을 길들일 수 있는 존재는 이제 컴퓨터뿐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