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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 Jul 28. 2023

'라라랜드'



엠마 스톤이 연기한 미아는 여성들의 우상이었을까. 연기자의 꿈을 꾸며 오디션을 보러 다니던 그는 번번히 문턱을 넘어서지 못해 좌절한다. 그런 그의 앞에 한 남자가 나타난다. 서로 안 좋은 인연으로 시작해 끝도 헤어짐으로 장식하는 운명적인 사랑을 만난다. 그러나 그들의 사랑, 그 과정은 진지했다. 함께 꿈을 꾸고 빛나는 미래를 꿈꿨다. 음악 이야기를 하고 함께 술을 마시며 키스한다. 



미아는 다시 용기를 얻고 일인극에 나선다. 하지만 객석은 썰렁하기만 하고 어디에선가 그를 조롱하는 소리도 들려온다. 세바스찬은 그곳에 나타나지 않았다.


먼저 성공한 그는 미처 사랑을 챙기지 못해 큰 죄를 짓고야 만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연기인 것처럼만 느껴졌다. 미아는 정말 절망에 빠진 것이었을까. 세바스찬은 미아를 섭섭하게 만들려 작정한 것이 아니었다. 그 또한 그래야만 하는 듯 끝내 그곳에 나타나지 않는다.



이 이야기는 결국 미아가 빛나기 위해 세바스찬이 다소 초라해지는 쪽을 선택하는 것으로 끝난다. 흰색 정장을 입은 라이언 고슬링과 검은 원피스를 입은 엠마 스톤의 모습, 그 포스터가 인상적이었다. 결혼식장에 들어서는 남녀는 보통 남자가 검은색을 여자가 흰옷을 입기 마련이기에 그랬다. 여성들이 성공하는 시대에 남성들은 아내를 뒷바라지하는 등 바뀌어가는 시대상을 잘 표현했다. 그러나 영화를 대표하는 포스터에서는 두 남녀가 손을 잡고 춤을 추는 모습이 담겼다. 로스엔젤레스의 풍경을 배경으로, 밝은 조명 하나가 그 무대를 밝힌다. 


나는 어느 높은 동네에서 바다 건너 보이는 섬의 불빛들을 보며 어떤 화려한 순간을 그리고는 했다. 그 불빛들은 마치 객석의 눈동자들만 같았다. 그러나 이 영화를 진정 이해할 수 있었던 건 나 역시 스스로 빛나기를 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누구도 알지 못하는 걸음과 손으로 세상을 밝히기를 꿈꾸기도 했다. 다시 그 동네를 내려온다.


그리고 또 오르는 것이다. 나는 사람들이 그러한 과정을 보기를 원했는지 모른다. 서로의 꿈을 지지하는 것이야말로 아름다운 일이지만 사랑은 달랐다. 서로의 형편과 사정으로 그들은 결코 함께 할 수 없는 길을 간다. 그렇게 기억하고 떠올리기만 하는 것이 무슨 사랑인가. 한때의 애절한 추억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 이야기가 감동적이었던 건 결코 두 남녀의 사랑이 중심에 있지 않았고 각자의 꿈이 더 깊이 그려졌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피아노 소리와 진심이 전해지는 연기는 모든 개인의 재능을 의미했고 희망을 말했다. 나는 그것을 차라리 우정이라 말하고 싶다. 모두 자신이 상처 받지 않으려 무너지지 않으려 그렇게 애를 쓰지 않는가.



사랑은 그렇게 자존심 싸움으로 갈라지거나 금이 가고는 했다. 나는 그런 모습들을 많이 봐왔다. 그것이 모든 것을 말해주지 않는가. 그래도 끝까지 의리는 지키려는 심정으로 서로의 손을 놓지 않는다. 그 기억의 끈마저 끊어버리지 않고 말이다. 음악이 나를 위로해주고 영화가 나를 지켜준다면 혼자라도 두렵지 않다. 그렇게 그들은 당당히 서로의 길을 간다.


내겐 뮤지컬 영화를 다시 보게 한 작품이기도 했다. 배우들이 이곳저곳에서 느닷없이 노래를 부르며 나타나는 것에 끝내 눈을 감고는 했지만 끝까지 그들 표정을 지켜보게도 했다. 세상에 재미있는 영화란 없다 결론짓는다. 감동적인 영화와 실망스러운 작품만이 존재할 뿐, 영화 감상에 큰 뜻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천천히 부드럽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일 것이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영화와 같은 원색적임이 있지만 보다 대중적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LA라는 도시를 잘 알고 있다. 아메리칸드림을 꿈꿨던 수많은 사람들이 정착한 곳이 영화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La La Land, 2016/ Damien Chaze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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