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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 Aug 01. 2023

Dear my Syrian friends


그 손은 다이안의 앞에 한 장의 사진을 내민다. 사진 속에는 한 여자의 모습이 있다. 아흐나 다쉬, 1969년 알레포 태생의 여자였다. 그 맨들맨들한 먼지 하나 없는 책상은 더욱 조용해졌고, 두 사람 사이의 대화는 그렇게 잠깐 멈추었고 곧 여자는 차를 가져와 그와 자신의 앞에 놓는다.

따뜻한 온기가 그 방 안을 채우며, 그러자 그는 나른해진듯 자신의 등을 의자에 기댔다. 의자의 다리는 그 지친 몸을 지탱하기에 충분히 튼튼했다.

"엄격한 분이셨죠."

한 시간 만에 입을 연 그의 모습에 여자는 놀랐고 그의 눈을 마주쳤다. 마주치려 해도 그는 보지 않았다. 여자는 실망했다.

"내 어머니가 온몸에 검은 천을 두르고 있다는 사실에 당신들은 경외하나요? 그 분은 완강하고도 절대적인 무슬림이었죠."

"어머니가 그립지 않나요?"

그는 미소 지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여자는 그의 웃음을 보았고 실망스러웠다.

"이제 제 곁에 없는 사람인걸요. 사람들은 베개가 없으면 잠들지 못하잖아요. 저는 베개 없이 자는 법에 익숙해졌으니까요."

"그런데 왜 어머니의 사진을 가지고 다니죠?"

여자의 말에 고개를 떨어뜨린 그는, 무슨 말이라도 하려는 듯 입술을 움직였지만 끝내 대답하지 않았다. 다시 입을 열지 않았고, 그렇게 그는 그 네모난 방 안에 홀로 놓였다.



"비겁한 자식들,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땅에 포탄을 떨어뜨리고 집집마다 지붕을 무너뜨리고"

여기저기서 그들에 분노하는 사내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온 라디오 방송 소리가 뒤섞이고 엉킨듯했고 곧 아무런 말도 또렷이 들려오지 않을 듯했다.

"마헤르는 아내를 잃었어. 곧 새끼를 놓을 배였는데 그 여자의 배가 모조리 찢어지고 뭉개져버렸다구!"

지지직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곧 수신이 끊어져 버려 사람들은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다시 이스라엘 군대의 공습이 시작됐다.





"하산을 찾아봐! 어제 밤부터 보이지 않아. 누가 함께 있었지?"

그는 그들 얼굴을 차례로 보았고 확인했으며, 누구도 똑똑히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기에 그들의 확신은 굳어져만 갔다. 그들 사이에는 곧 침묵이 흘렀고 모두가 무너질 듯한 표정을 지었다.

전쟁은 끝이 나지만 분쟁은 끝이 날 줄 모른다. 갈등의 씨앗이 싹튼 땅에 풀들은 더 높이 자라고 인간들의 발을 감춘다. 그들이 군화를 신었던지, 혹은 맨발이었는지 누구도 알지 못했다. 그 소리마저 깊은 밤속에서 서서히 사라져갔다. 날이 밝으면 다시 해가 뜰 테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희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테다. 빛을 잃은 사람들처럼, 모두 아무것도 볼 수 없어 시력을 잃은 듯 길을 헤매고 넘어지고야 말 것이다.

그는 사미라에 손을 내밀었고, 그러자 그는 신을 만난 듯 몸을 일으켜세웠고 다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 뺨 위로 흐르던 눈물은 멈췄고, 곧 증발해버리고 환한 표정을 지을 듯 그의 눈에 마른 빛이 비추었다.



아마도 2025년쯤, 내 시리아 친구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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