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윤범 Aug 03. 2023

윤, 종신형에 고개 끄덕일까


아니면 고개를 오른쪽 왼쪽으로 돌릴까.


"EU와의 외교관계, 심각하게 단절될 수 있는 문제입니다. 다만 제가"


며칠 전 미치도록 더운 날, 나는 김해로 가기 위해 집을 나섰고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잠시 구포시장에 들렀다. 그곳에서 오뎅과 튀김을 먹는다.

"느그 나라처럼 사형제도가 있으야 된다니까~"

한 여자는 동남아시아인으로 보였고, 그에게 그는 말했다. 그들은 한 손으로 떡볶이를 저으며 또 한손으로는 무슨 일인가를 하며 대화를 나눴다. 한동훈은 말한다.

"EU와의 외교관계, 심각하게 단절될 수 있는 문제입니다. 다만 제가"

신림역 사건으로 국민들이 분노하고, 그런 위험에 노출되어 사람들은 불안해한다.

"그리고 알아보니까, 법무부장관님이 형법상 사형 집행 명령권자시더라고요."

"그렇습니다."

"어떡하십니까? 실질적 사형 금지 국가인데, 이걸 지키실 생각이십니까 아니면"

질의자의 말이 빨라진다.

"사형제는 굉장히 여러가지 철학적인 고민이 필요한 영역이죠 그리고"

사형제는 부활해야 하는 것일까, 그런 철학적인 물음을 던진다. 하지만 우리는 이 세상의 분위기를 무시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독일이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며 러시아와의 관계를 끊으려 한다면 많은 국가들은 심각하게 고민할 것이다. 중국은 그런 거 없다. 어느 나라에 가나 중국인들은 있고, 사람들은 그들 음식에 다소간의 위안을 얻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이 있어 이 세상은 경제적으로 안전하다.

"그리고 그거 뿐만 아니고 이게 외교적인 문제도 굉장히 강력합니다 사실 만약에"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 뭐 그런 것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죽을 죄를 지었으면 죽어야 마땅할지 모르는데, 그래야 그 아줌마의 말처럼 그런 놈들이 하나라도 덜 나타날지 모르는 일인데.

김해로 왔다. 우즈베키스탄인들이 운영하는 햄버거 가게에 가려 했는데 예상치 못한 좌석 없음에 심각하게 고민하다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렸다. 마침 어디선가 좋은 냄새가 났고 그곳으로 가기로 마음 먹는다. 'Otash Qassob', 우즈베키스탄어로 otash는 불길, 불꽃 등을 의미하며 화덕에 빵을 구어 내놓는 집들이 줄지어 있는 길이었다.

"콜라 작은 거도 있나요?"

"네, 있어요."

나보다 한국말을 더 잘하는 사람 같았다. 그 종업원의 발음은 정확했고, 저 놈이 중앙아시아인인지 한국놈인지 반신반의하는 듯했던 손님들이 그 순간 모두 나를 쳐다봤다.

그들은 돈을 벌기 위해 한국으로 왔고, 그래서 그들 역시 곧 이 사회 이 문화를 배우며 그 길을 따르려 할까. 나는 프랑스 문화, 유럽 문화에 강한 영향을 받았고 그들을 동경했다. 우리나라 사람들로부터 융통성 없다는 소리를 듣는 원칙주의자들로 가득하고 그런 의미에서는 앞뒤 꽉 막힌 사람들도 꽤나 많은 곳이 프랑스였다. 하지만 그들 사회는 진보적이고 진취적이었다. 예를 들면 그런 것이었다. 교통카드 충전 일로 역무원이 있는 곳을 찾았는데 역무원이 레게 머리를 하고 나타나는 것과 같은 일이었다. 나는 이미 그곳에서 수많은 흑인들을 보았지만 그런 업무를 보는 사람이 그런 모습으로 있으니 어쩐지 충격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오직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만 이 땅을 밟은 것은 아닐 테다. 이 세상은 급변하며, 오븐에 빵을 굽는 시대에 그들은 더 나아가고자 했던 것임에 틀림없다. 그들은 이곳에서도 그들 문화를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법은 그럴 수 없다.

나는 그들 사이에서의 법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들의 식사 예절을 알지 못했지만 모든 것이 조심스러웠다. 법이란 힘이 있는 쪽으로 그 판단이 기울도록 설계된 것이다. 영국은 이제 축구에 전념하기로 한 국가이지만(?), 아무튼 독일, 프랑스와 같은 나라들의 뜻을 우리는 무시할 수 없다.

사형제가 폐지되어 그런 범죄가 일어나는 것인지, 나는 정말로 잘 알지 못하겠다. 인권에 대한 존중은 인간 권위를 더욱 높이는 힘으로 작용했다. 그건 권력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그런 것에 혼란스러워한다.

다만 제가, 아니면, 그리고, 사실 만약에.. 실은 그런 것들이 가장 이해하기 쉬운 말일지 모른다. 법무부장관 또한 그것에 대한 명확한 답은 제시하지 못한다.

"EU와의 외교관계, 심각하게 단절될 수 있는 문제입니다."

나는 이 문장 하나를 뽑아 그가 한 말이라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 한동훈, 그는 똑똑한 사람이다. 검사에서 법무부장관으로, 이제 국가의 이익을 생각해야 하는 입장에서 자신이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이다. 그는 어려운 말을 하지 않고 책임으로부터 도망치지도 않는다.

그들은 끝내 하나의 대안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한다. 사형제 대신 종신형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한동훈, 그는 말했다. 괴물은 평생토록 격리시켜야 하는 존재라고. 그 말에서 끔찍한 공포를 느꼈다. 정작 그는 침착하고도 차분하게 말했지만 말이다. 나는 모든 일에 법이 해법이 될 수는 없다 믿는다. 하나의 물질을 좁은 공간 안에 가두어 놓으면 그것은 시간이 지나 거대하게 폭발하고 말 것이다. 입법은 일종의 실험과 같은 것이다. 현실적으로는 외교 관계, 국내 정서 등을 고려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조금씩이나마 앞으로 가는 것이 가장 좋은 길 같다 여긴다. 나는 이 길에 희망이 없다고 느낀다.


https://youtu.be/ajGKWk0auOc

작가의 이전글 Dear my Syrian friends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