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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 Aug 09. 2023

Communication



우리는 늘 남과 북으로 나뉘었었다. 한민족은 크게 북방계와 남방계의 혼합 민족이라는 말이 있다. 나는 어떨 때 내가 몽골인의 피를 물려 받았다 믿으려 들지만 스스로를 베트남 사람 같다 여길 때가 있다. 나는 내가 농사를 짓고 산 인간들의 후손인지 그 반대인지 잘 알지 못하겠다. 


내가 유목민의 피를 물려 받았다면, 그렇다. 고개 끄덕일 만한 모습들이 내게는 있었다. 집보다 옷에 더 가치를 두며 사는 내 모습을 보면.


이 땅 이 도로에 몽골 기병의 피를 물려 받은 듯한 운전자들이 많은 것에서도 알 수 있다.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토록 호전적이면서도 어느 순간에는 나긋해지기도 한다. 차들이 양방향으로 통하듯 이 사회에는 중앙선이 그어진 도로와 같은 이중성이 있다. 내게는 아름다운 집 한 채를 짓는 꿈이 있었다. 어딘가에 정착해 사는 것이 일생의 목표였는지도 모른다.


카슈카이의 여인들이 한복과도 닮은 옷을 입은 채 치장해 있는 모습을 보고는 반했다. 나는 그런 모습이 좋다. 내가 다니는 길이 내 것이 아니라면 나는 그 옷 안에 살기도 한다. 집으로 돌아오면 헐렁한 티셔츠와 바지 하나만을 남겨두듯 홀가분해진다.


한 유목민이 쭈그리고 앉아 고기를 손질한다. 도마 위에 붉은 살덩어리를 올려놓고 칼질을 하는 것이 아니라 풀이 말라 온통 흙인 땅 위에서 동물의 가죽을 벗기고 내장을 끄집어낸다. EBS의 한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느낀 것이다. 그것이 그들 삶이었고, 그 땅은 그토록 비가 내리지 않아 그들은 농사를 짓지 못한다. 그 삶이 와닿을 듯했지만 어느 순간 멀어진다. 마루에 앉아 마늘을 까던 어떤 여인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들은 한복을 입었었고, 그러나 변화하는 세상에 불만을 품은 듯 그들은 변해갔다. 모두 조금씩은 달라진 모습이었다. 그들은 입에 커피를 대고 떠든다. 변하지 않는 것은 그것이었다.


북쪽에서 남쪽으로, 또는 그 반대로도 어떠한 좋은 이야기도 오가지 않듯 이 땅은 황량하기만 하다. 그곳에서 좋은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다. 나쁜 이야기들만 남기고 온듯 떠나온 땅에서 기분 좋은 소식은 들리지 않고 그래서 쓸쓸하기만 하다.


유목과 농경 사이에서 나는 여전히 갈등한다. 오귀스트 로댕이 조각한 한 인간의 모습처럼 삶이란 때로 그렇다. 고뇌하는 나날의 연속이다. 어떻게 하면 도망갈까. 아니, 어떻게 하면 피하지 않고 부딪혀 이겨낼까. 그저 머무르면 나무가 자라고 열매가 맺혀 나를 기쁘게 할까.


가뭄의 반대말이 홍수이듯 어느 곳으로 가도 어디에 있어도 어떤 식으로든 재난은 일어날 것이고 나는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받아들이며 사는 삶은 너무도 힘들다. 언제까지 고개를 떨어뜨리고 살아야 할지, 그러나 해가 뜨면 하늘을 보며 웃을 것이다. 미친 것처럼 이곳저곳을 걸으며 또 떠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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