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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 Jul 23. 2023

광주로 가는 길



태어나 처음 방문하는 도시였다. 하루 일정이라 시간이 너무 부족했지만 그래서 다시 찾을 기대를 가지게 했다. 역사의 현장을 찾는 일은 늘 새롭다. 오래된 전라남도청 건물에서 이어지는 현대적인 건축물들은 마치 퐁피두 센터를 찾은 듯한 느낌마저 들게 했다. 사람들은 미래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참 오기 힘들었다. 한 번 광주로 가는 것이 그토록 힘든 일인지 몰랐다. 나는 사람들의 말투나 억양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편인데 처음 광주 사람을 마주했을 때는 알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그곳에서 처음 그들의 언어를 접했다. 이상한 건 사람들은 어딜 가나 대부분 비슷한 옷을 입고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개성이라는 그 가식 같은 거짓말에 속았던 것이 아닐까. 그러나 내가 믿는 것은 저마다 조금씩은 다를 색깔들이다. 깃털처럼 곧 날려버릴 희망을 여전히 품는 것이 그토록 미련한 짓은 아닐 테다. 나는 여전히 내 피부에 새로운 무늬를 입히기를 원하며 그것이 내 진화를 이루어낼 것이라 믿는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공략하고 추진한 사업의 일환이었다. 그는 처음 그곳에 무엇이 들어설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그가 원했던 것은 국가 차원의 문화 시설을 지방에 세우는 것이었고 그러면서 서울 중심의 사회에서 조금 벗어나 보자는 것이었다. 오래된 전라남도청 건물이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게 된 것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선언 때문이었다. 민주화운동의 역사적인 현장이 이제 문화를 선도하는 새로운 힘이 자라나는 땅이 되고 있는 것이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많은 젊은 사람들이 보였고, 그들은 커피를 마시며 앉아 떠들며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또는 어떠한 논쟁을 하며 서로 입씨름을 했던지 모른다. 나는 그들 대화를 듣지 못했다. 매력적인 몇몇의 카페들을 두고 결국 프랜차이즈 커피점으로 향했으니. 그곳에는 홀로 앉은 사람들이 노트북을 앞에 두고 있거나 했다. 나는 그들 눈을 보지 못했고 마주칠 수 없었다.



내가 그린 그 도시의 모습과는 조금 다른 듯했다. 사람들은 모두 어디에 살며 스스로를 어떠한 존재로 여기며 사는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그곳 도로의 버스들은 노란색이었고 곳곳에 그들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글자들이 있었다. 맛집은 찾지 못했다. 부산을 떠나기 전 사상역 버거킹에서 먹은 헬로 디아블로 와퍼가 (비싸고) 맛있었을 뿐. 종업원이 일한지 얼마 안돼 그러는지 말을 잘못 알아듣거나 거스름돈을 주며 손가락을 찌르거나 했을 뿐. 꽤(너무) 맛있었는데 좀(너무) 부담스러운 가격이었다. 그건 이번 여행의 가치를 예고하는 한 끼이기도 했다.


버스에 올라 잠이 들었고 곧 깨어 광주를 상상했다. 그러다 이런저런 글을 끄적였다. 버스는 전라남도 곡성을 지나고 있었으며 조금씩 비가 내리고 있었다. 터미널에 도착해 처음 눈에 들어와 심기를 불편하게 한 세 글자는 누군가의 등에 적힌 이의리라는 이름이었다. 그랬다. 그곳은 호랑이굴이었다. 그러나 그 롯데의 마무리 투수가 아니었다면 나는 아직도 광주를 찾지 않았을 수 있다. 나는 그의 투구에 반했고 곧 광주라는 도시로 향하기로 마음먹는다. 나랑은 상관 없이 엮인 사람들이었다. 나는 그곳에서 그들을 처음 보게 됐다. 우리는 이념을 통해 벽을 세우고 새로운 사상으로 다시 손을 내미는가. 다시 광주를 찾을 것이다. 그때는 해가 떠 있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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