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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 Sep 24. 2023

가르칠 것인가 배울 것인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직업은 좋은 것이라는 인식이 있다. 또한 안정적이라는 오해를 사는 직업이기도 하다. 그것이 오해라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아마도 모든 일이 불안정할지 모른다. 위험을 안은 채 그곳으로 뛰어들어야 할지 모른다. 그렇기에 아침 사람들은 대부분 초조하다. 일터로 향하는 발걸음은 늘 그런 식이었다. 땅이 얼어붙어 넘어지는 일이 차라리 웃긴 것일지도.

만약 그런 생각을 가진 아이 가진 부모가 있다면 그 오해를 풀어야만 할 것이다. 그들도 힘들고 안전하지 못하다. 그것이 도전으로 비춰진다면, 그래서 그런 오해들이 생기는 것이라면 교사들도 입을 열 수 밖에 없다. 서로 거칠어지기 시작한다. 교권이 보호받아야 할 것이라면 추락을 막아야 할 이유가 있다. 그러나 왜 보호받아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못한다.



전포동 카페거리는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2017년 꼭 가봐야 할 여행지 52곳에 선정되며 큰 주목을 받았다. 그렇게 가게들이 넘쳐나기 시작하더니 산 아랫동네로까지 퍼졌다. 뉴욕타임스는 세계적인 권위를 가진 언론사이기에 그 파장은 클 수밖에 없었다. 옛날에는 제멋대로 이루어진 듯했던 어느 조용한 동네일뿐이었지만 금요일 밤이 되면 젊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어른들은 지나가다 한마디씩 한다. "요새는 요가 난리데~"



오래전에는 학생들의 인권이 보호받아야 할 권리로 여겨져 체벌과 같은 문제들이 점차 사라졌다. 가르침을 따르게 하기 위해 몽둥이까지 들어야 했던 우스웠던 지난 일은 이제 추억이 된 것 같다. 권력을 잃은 뒤 남은 것은 권위뿐이다. 그것이 그토록 빈약한 것이라면 그들은 그 힘을 그리워만 할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아픈 추억이었던 것을. 지난날 오늘 그들은 죄책감을 느끼며 살까. 세상이 변하는 대로 따라가기에 손쓸 방법이 없었던 것인지도. 물은 손에 쥐어지지 않은 채 흘러간다. 물살은 그토록 거세기만 했다. 이제 권력을 쥔 건 학생들, 아니 그건 이제 학부모의 손에 쥐어진 것인가. 교육부는 교사들의 엄마 아빠가 되어주지 못한다. 그러기에는 그들 또한 살아남는 일이 무척 힘들기만 할지 모른다.



그들을 향한 부러움인지, 아니면 시기 질투인지. 하지만 그들은 그 젊음을 지지하는 듯하기도 했다. 그때는 그곳이 난리였는데 이제는 아니다. 지나온 시간들 장소들은 늘 그랬던 것 같다. 어느 언론 뉴스에서는 이 동네 가게들의 지나치게 일본스러운 것들에 대한 보도를 하며 우려 섞인 시선을 나타내기도 했다. 의견은 늘 그런 식으로 갈린다. 뭐 괜찮다 혹은 좀 그렇다. 나는 너무 많은 영어 단어들이 쓰이는 도시 사회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적이 있었다. 차라리 암호화하자는 식으로 셀프 타협했다. 언론은 그런 적 없었다. 수많은 한자 단어를 쓰면서도 그것이 어떤 문제들을 불러 일으키는지도 생각치 못하는 듯 보였다. 당신들이 할 말은 아닌 것 같다 속으로 되뇌었다. 내가 늘 배우는, 그러나 늘 날을 세우게 되는 그들을 향한.



어릴 적 집 책장에 꽂혀 있던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라는 책 제목은 그럴 때마다 떠오른다. 왜 슬픔은 사라지지 않아 그렇게 또 다른 것들이 자라나게 하는가. 언젠가는 볼 것이다. 어느 높이 자란 큰 나무를.



어떤 동네는 그 분위기를 잃은 듯도 하고 전에 없던 새로운 기운이 넘치는 동네들도 있다. 이제 이곳은 그렇다. 오래전 서울에서 봤던 늦은 밤 치킨 튀겨가던 노란 머리의 여자, 또 슬리퍼 끌고 와 옆테이블에서 갈매기살 시키던 털 많았던 서양의 남자들. 내 사는 동네는 이제 완전히 글로벌화되어 간다. "서울 살 때는 서울은 고시원이 한 달 30만원 하더라고. 그렇다고 부산보다 훨씬 좋은 느낌도 아니어서..". 그들은 그런 식으로 말했다. 외국인들이 서로 한국말로 대화하는 걸 보면서 많이 왔구나 싶었다. 가끔 앞집 몽골 애들이 나와 담배를 태우면 창문을 닫고는 한다.


나무가 자라면 어느 날엔가 열매가 맺히듯. 그러나 잎들이 지는 때가 오듯, 그래서 가울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처럼 쓸쓸한 분위기다. 늘 먼저 긴 팔 옷을 입는 사람들이 덜 아픈 듯했다. 조금 더 수월하게 그 시기를 보내는 듯도 했다. 그래서 내가 쫓아야 할 것은 트렌드, 유행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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