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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 Sep 22. 2023

The Eyes of Hokkaido

https://youtu.be/poA8uil3y4Q?si=Nwyl2y41npYjc_ap


"어딘가에 괴물이라도 산다는 건가요?"

"그럴지도 모르죠. 우리 사는 곳이 지옥이라면 그런 존재야말로 우리에게 희망이 아니었던 건가요?"


"존재하지 않는 신을 믿는 사람이었어요. 예컨대 미신 같은 것 말이죠. 그러니까 잘못된 믿음 같은 것이 있는 사람 같았다는 거죠. 혼자 밖으로 나가 하늘을 보고는 했는데 창문으로 볼 때 그 눈빛이 시선이 너무 꺼림칙했어요."

되려 그의 말을 도통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가 무엇을 본 것인지, 신을 믿는 사람을 본 신을 믿지 않는 자의 말이 그들에게는 쉽게 이해될리 없었다.

"오염되지 않은 땅이어야 한다고 했어요. 진짜 그렇게 말했다니까요. 그나마 이곳이 깨끗하다고."

그 말에 그들은 웃었다. 그러나 그 소리는 짧았고 더는 그들 입가에 그런 기운이 맴돌지 않았다. 네 개의 벽은 그를 가두어놓은 것이나 다름 없었고, 그러니까 그는 그 공간 안에서 눌려 압축될 것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었음에 틀림없다.

경찰이 자신들이 들어야 하는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방법이란 어쩌면. 네 개의 벽을 세우고 그 안에 그를 홀로 있도록 하며, 그런 뒤에 그 등은 곧 움츠러들고 말 것이다. 친절한 형사들이었다. 그러나 그를 압박하는 말투나 행동 같은 것을 하며 그를 겁주지 않았다. 그는 증인이었다. 용의자를 본 사람은 몇 없었다. 그와 말을 섞은 자는 더더욱.

천장은 낮아야 했으며 그곳은 더 이상 달아날 곳 없는 곳이어야 했다. 문이 있다. 그것이 열리고 닫히는 과정에서 조금씩의 공기가 흘러들어온다. 하지만 그들은 숨긴다. 커피가 내어져 향기로운 냄새만이 맴돌 뿐이다. 누가 그런 구조물을 지었는지 알 수 없다. 그러니까 경찰서라는 곳에 모인 경찰들은 그저 먹고 살기 위해 정의를 찾은 사람들 뿐이었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 사람이 매일 그런 말을 했나요?"

"네, 거의 매일요."

"그 자가 매일 밖으로 나가 하늘을 보던 가요?"

"네, 거의"

순간 후배들의 신경은 히사시가 던지는 물음에 집중되었다. 미우라 상은 후배가 던지는 질문들을 잠자코 들었고 어느 순간에라도 끼어들며 거들 듯했다.

"미토마씨가 그를 처음 만난 것이 언제라고 했죠?"

그는 멈칫했고, 무슨 이유 때문인지 머뭇거리다 다시 입술을 움직였다.

"그러니까.. 2016년 겨울에요."

"좀 더 구체적인 시간은요? 12월이었는지, 1월이었는지 아니면"

"아마, 2월이었을 거에요 아마도."

미우라 상이 입을 열었다.

"아마도요?"

히사시가 일어섰다. 끼익 의자 당기는 소리가 그의 귀 깊은 곳을 따갑게 했고 그 눈은 동그래졌다. 그는 걸어 문을 열고 나간다. 그런 뒤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다. 몇 분 동안, 몇 십분이 지나고, 그리고 그는 다시 그곳으로 오지 않았다.

"협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시 연락을 드릴 수도 있습니다. 부탁 드리겠습니다."

미우라 상은 정중하게 말했고 그러자 그도 연신 등을 굽혀 인사했다.

"선배, 어디 갔었어요?"

히토미는 뒤늦게 그를 뒤쫓아왔다. 몇 십분이 흐른 뒤에 말이다. 히사시의 입에는 이미 담배 한 개비가 물려 있었다. 재떨이에는.

"남겨두고 간 외투 하나가 있답니다. 선배, 바로 움직이겠습니다."

히토미의 뒤를 쫓은 타츠로는 작심한 투로 말했다. 그는 야나가와 선배 앞에 다가섰다. 그렇게 그는 그의 앞에서 불쑥 큰 목소리로 말하고는 했다.

타츠로는 그가 먼저 움직이지 않을 것임을 짐작했을 것이다. 시간이 흐른 뒤, 그리고 어느 순간 그 분위기가 가라앉았을 땐가 어디선가 느닷없이 다시 나타날 것을. 그러나 알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 뇌구조로는 이해하고 풀지는 못하는 것들을 그 머리는 짊어지고 있다.

"미우라씨는 뭐라던데?"

"저보고 가라고 하던데요."

그 말에 피식 웃음을 지어보이는 히사시였다. 왜일까. 왜 시키는대로 움직이는 걸까. 아니, 그는 그저 그의 말이 더 웃겼던 것인지도.


"2월이면 첫 번째 살인이 일어나기 두 달 전이었죠. 그렇다면, 그 두 달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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