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윤범 Sep 15. 2023

The Eyes of Hokkaido

https://youtu.be/IURo4RXOxSg?si=aoE0VI7StsfH5BnY


"음악을 듣다 떠난 것 같은데요? 춤도 췄을까요?"

나무로 된 큰 책상은 방의 크기와는 맞지 않는 것이었다. 음악을 듣기 위한 것들이 놓여 있고 그 흔적이 남았던 것이다. 인간의 상처를 치료해 줄 수 있는 방법, 그러나 용의자는 왜 그것으로부터 흘러나온 소리를 듣다 말고는 뛰쳐나가듯 나간 것일까.

히토미는 힘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앉은 사람 없는 텅빈 의자를 보는 그 눈은 초점을 잃은 듯했다.

"히토미! 건드리지 마."

타츠로가 소리쳤다. 자신도 모르는 듯 그는 그것들에 이끌리고 있었던 것이다. 책상 바로 앞까지 왔을 때 그 의자 앞에 멈춰 서는 두 발이었다.

곧 도착한 과학 수사대가 증거가 될 만한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 투명한 봉투에 담는다. 지문을 채취하기 위해 눈가루와 같은 것을 뿌리고 그곳 방 안은 낯선 사람들과 알 수 없는 물질의 냄새로 가득 찬다. 용의자의 흔적은 덮이고 그가 소유한 것들은 그가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 의해 옮겨진다. 그 집 안에는 그런 것들이 있었다. 그 건물 안에는 그런 것들이 있다. 그곳으로부터 차를 타고 몇 시간 떨어진 거리로. 

그곳에는 흰옷을 입은 채 이상한 표정을 짓는 인간들이 있고 그들은 한 인간의 유전자를 쫓는다. 본능으로부터 떠나왔을 그 불명확한 존재를 추적하려 한다. 애초에 그는 인간이 아니었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 집은 너무도 인간적이어서 그랬다. 그때까지도 그들은 어떠한 진실도 짐작하지 못한 채로 있었음을.

헤드폰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는 노르드의 음악이었다. 오슬로의 밤, 느껴본 적 없던 그 풍경들 속에서..

그는 그들이 창조해낸 숲에 들어간, 그리고는 길을 잃은 존재였는지도 모른다. 끝내 갈 곳을 잃어 인간 세계에서 없어지고 사라진 존재였는지 모른다. 세상을 향해 복수하려는 것이다. 자신이 느낀 공포와 두려움을 세상에 나타내려는지도 알 수 없다. 

책상 위에는 종이 묶음 하나가 놓여 있고 그의 그림들과 낙서, 그 하얀 종이 위에는 누구도 분석해 내지 못할 형상들이 여백을 채우고 있었다. 그 끝 마지막 장에는 한 줄의 문장, 물음이 있다. 그들은 왜 사랑하는가?

히사시는 결국 종이에 자신의 손 끝을 대었고 그 글자들을 읽는다.


그의 핸드폰에는 매일 같이 문자가 온다. 엉뚱한 질문을 하고 어떤 때는 스스로 답하기도 하는 이상한 글자들이 있다.

"영상 보존 기간이 얼마나 되죠?"

타츠로는 수화기를 자신의 왼쪽 귀에 갖다 대어 있고 여기저기서 전파되어 오는 사람들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런 정신없는 파동들에 둘러 싸인 그의 모습은 마치 외딴 집만 같다. 모두가 높은 빌딩을 솟아올릴 때 오두막에서 술에 취해 잠이 드는 모습이 어울릴 것만 같다.

"지워졌다구요?"

유리 창문이 통째로 날아가 없어도 잘만 잔다. 혹한의 추위가 엄습해도 그 초라한 외투 하나로 버텨낸다. 그럼에도 그는 그렇다. 늘 피곤한 듯하지만 누구보다 멀쩡한지도. 두 눈에 감춰진 시선은 좋은 카메라 렌즈와도 같은 것. 그는 모든 것을 본다.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기억하고는 한다. 하지만 기계처럼 성장한 인간의 한계는 자신이 움직일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면 자기 영역을 벗어난 양과도 같이 엉뚱한 걸음을 하고 만다는 것이다. 경찰의 신분을 떠났을 때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임에 틀림없었다.



그는 어른이 되었다. 아무도 그럴거라 생각하지 못했던 일을 해낸 듯, 그래서 그는 용감하고 자랑스러운 것이다. "내 아들", 그의 어머니는 언제나 그런 식으로 그를 대하고는 한다. 그렇기에 히사시는 좌절한다. 그의 감정 절망의 출발점은 늘 그곳이었음을..


작가의 이전글 그 바다는 어디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