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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 Oct 12. 2023

팔레스타인 사람처럼


이 사회가 수직으로 되어 있든 수평으로 넓게 펼쳐져 있든 그저 맞춰 살 뿐, 꿈틀거리는 힘이 내 몸 끝을 향해 치달아도 억누르고, 나는 무기를 들 수 없고 반란을 일으킬 수 없음을 안다. 그들은 무엇 때문에 행동하고 움직이는 것일까. 서로 끔찍하게 엮인 인연으로 더 이상은 좋은 얼굴로 서로를 대할 수 없기에 그런 싸움이 이어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는 때때로 팔레스타인 사람 같다.


그들에게 무기를 지원해 주고 힘을 실어준 국가들은 더 이상 앞으로 나서지 않는다. 이스라엘이 싸우는 대상은 그 땅의 그 국가 전부였을지 모르지만 이제 죽어나가는 건 팔레스타인인들뿐이다. 가여운 자들, 나는 누가 그런 일을 시킨지도 모른 채 움직였고 그 끝에는 절망뿐이었다.


무거운 물건을 들어도 복잡한 머리로 다시 한 번 눈을 또렷이 떠도 내 앞에 보이는 건 그것들 뿐이었다. 가장 위에 있는 자의 신발은 끝내 그 모양을 드러내지 않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 역시 자신의 국가가 이어온 생각들을 지킬 뿐이다. 그의 눈에도 신의 발은 보이지 않는다. 나는 더 이상 그를 찾으려 하지 않으며,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는지, 일하고 있는지 쉬고 있는지 궁금해하지도 않는다. 진정한 혁명을 일으키고 싶은 마음이 내 일어섬을 무너뜨린다. 내가 변하면 그는 언젠가 자신의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그가 내게로 곧 다가올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많은 어린 사람들을 본다. 환한 희망처럼 비치는 걸음들과. 저 멀리 한 꼬마의 목소리가 들려오는데 나는 그 아이가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이제 남의 일이 아닌 이야기 같다. 모두 우리 사는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인 것을 안다. 그 책임에서 더 이상 벗어날 수 없게 됐다.


그러한 정신이 더는 내게 모두에게 신선한 이야깃거리로만 쓰이지 않기를. 본 적 없는 색과 만져보지 못한 질감처럼 손에 닿지 않기를. 그래서 다시 보지 않기를.


나는 이스라엘인과 같이 늘 복수하려는 마음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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