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윤범 Oct 06. 2023

작은 방 큰 세계


큰 방 세 개의 집에 살고 싶어도, 지금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지금은 그럴 수 없다. 사람들은 각자 방에서 서로 다른 꿈을 꾸며 살아간다. 나는 그 꿈을 세 개의 방으로 나눌 수 없다.

롯데백화점 헨리 코튼 매장 앞을 기웃거리자 직원이 다가와 말했다. 이 옷은 지금 구매하시지 않으면 나중에 사기 힘드실 수도 있다며, 디자이너와 콜라보를 한 제품이라 더욱 특별한 옷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다가선 것이었다. 나는 디자이너 안태옥이 만든 코트 한 벌을 사 한 달을 쪼들리게 되었고 힘들게 살았다. 아직 겨울이 오지 않았음에도, 그럼에도 몇 번을 입어보고 만족하며 그가 옷을 잘 만든다는 사실을 안다. 그렇기에 흐뭇했던 것이다. 이건 못 산다 되뇌면서도 마치 그 구조 그 감각을 이해하는 듯 미소 지었던 것이다. 

나는 나다. 그런데도 말이다. 어떤 옷을 안에 입으면 최고의 것을 이루어낼까 고민하고 또 고민하다, 신세계백화점 지하를 돌아다니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 재킷 한 벌을 발견하고는 지르고 만 것이었다. 운명인 것 같았다. 나는 그런 디자인의 옷을 만나게 될 줄 몰랐으며 내가 모터사이클 재킷을 구매하게 될 줄도 몰랐다. 그리고 결국 그 브랜드의 옷을 사게 될지도 알지 못했다.



내가 설정하게 되는 목표는 젊은 시절의 필립 마운트배튼이 어느 장례식에서 옷 입은 모습이었다. 나는 결국 넘는다. 그 조합으로 최고의 것을 이루어냈다 믿는다. 핑계라면 핑계고, 사람들은 저마다 한계를 넘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어 중독에도 빠진다. 그들은 디자이너들의 실험 대상에 불과한 것인가. 나는 아니라고 믿는다. 모델들은 각자 걸음으로 어떠한 지점에 도달하려 노력할 것이며, 그렇기에 그건 핑계에 불과하다. 끝내 장사라는 두 단어로 그들을 몰아붙이게 될지라도 이 과정들을 기억하려 한다. 거리에서 난 누군가에 영감을 줄 것이고 누군가는 새로운 희망을 품게 될지도 모른다. 저런 놈들도 있는데..



내 여행의 마지막 꿈은 어느 날 스코틀랜드의 땅을 밟는 것이다. 런던에 머무르다 그렇게 영국 땅 끝으로 향하는 것이다. 그곳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있게 될 지 알 수 없다. 트레인스포팅의 이완 맥그리거를 쫓으려 애쓰던 20대의 나날들. 'I chose not to choose life', 그 영화가 남긴 명대사다. 영화감독 봉준호가 남긴 무계획이 계획이라던 말 또한 그 대사에 영향을 받았을 거란 걸 짐작한다. 나도 늘 그런 식이었으니까. 완벽한 창조란 어쩌면 완벽한 꾸며냄일지도. 

내가 그리던 집은 어디에 있는지도 알지 못한 채 오늘도 느림보처럼 걸으며..


1997년작 '트레인스포팅'에서의 이완 맥그리거(marvin.com 사이트에서 퍼옴)


제주도에 집을 짓고 사는 것이 꿈이라던 말은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기를. 내겐 육지로부터 독립하고 싶은 꿈이 있었다. 못 살겠다며 부산으로 돌아간 지난날의 내 모습이 그저 철없던 것이었기를. 그곳으로 다시 돌아오기를..


작가의 이전글 N국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