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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 Oct 22. 2023

20의 사람들을 보며

https://youtu.be/JGqzKmp_5Bg?si=kYjUmRVnJUkl6KFp


새벽 거리를 떠도는 걸음, 다시 집으로 향하는 20대의 사람들을 보니. 

나는 부산대 근처에 사니 가끔 그들이 얼마나 열심히인지를 느끼게 되고, 시험기간이 돼 밤을 지새우기도 하는 등 어떠한 목적을 향해 가는 그들 모습을 보며 나는 그랬는가 싶었다. 어느 날 이호해수욕장 방면으로 걸었던 것이 생각나 그랬다는 것을 안다. 쓸데없이 밤에 나와 그렇게 걷거나, 그들처럼 가끔씩은 술을 마시느라 아침이 오는 것을 두 눈으로 목격하기도 한다. 훗날 그 노력의 대가를 얻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보게 된다. 나이 든, 70과 80과 같은 숫자를 달게 된 아이들 같은 원망 가득한 자들의 눈을, 그 표정을. 그 대상이 무엇인지도 정확히 알지 못한 채 울분을 표출하려는 자들을 본다. 어느 날에도 그 노력의 대가는 오지 않은 것이었을까.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거나, 아니면 그냥 사회 속에 있다 보면 그들이 하는 행동들이 짜증스러울 때가 있고, 어떤 날에는 내가 내 부모에게 말했다. 젊은 사람들도 이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있다며, 그러자 다 만들어놨더니 소용 없더라 말하는 듯했다. 뭣 모르는 아이들 또한 활기를 넣거나 거리로 뛰쳐나와 반항하는 등 지금 만들어가는 것이 있다며 서로 윈윈하자 말했다. 나는 타협점을 찾고자 했다. 실은 그저 못마땅하기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내일도 그럴 것이고, 또 내일도 그럴 것 같으니 말이다. 

부산대 학생들은 항쟁을 이끌기도 했으며, 제주도에서 대학을 다닐 때 나는 연고전을 치르는 연세대 고려대생들을 부러워하기도 했다. 끝내 그런 해석을 하고야 마는 나였다. 공을 던지거나 치거나 차든 관중석에서 소리 지르는 등 그건 모두 운동에 포함되는 것이라며, 바둑도 메달을 놓고 싸우는 종목이라는 것을 알 때, 그래, 난 그렇게 소리 없이 세상과 다투었던 것이라 되뇌기도 한다. 그토록 밤을 지새웠고, 그런 식으로 하루하루 쌓아왔던 탑이 무너져내리는 듯할 때 그들은 다시 20대의 사람들을 향해 원망 섞인 감정을 토해낼까. 50년 60년이 지난 후 그때 이 세상은 또 어떤 식으로 변해있을지.

요즘 애들은 공부를 많이 하고, 또 요즘 애들은 옷을 크게 입고 다니고, 또는 나이 많은 사람들은 자기 밖에 모르며, 나는 그런 소리들을 들을 때마다 음악을 듣듯 환각 상태에 빠지듯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에디 슬리먼이 새로이 꾸며낸 핏을 목격하고는 그것을 내 몸으로 옮기고자 했을 때 20대의 나는 용기를 얻을 수 있을 듯했고, 알렉산더 맥퀸이라는 천재적인 디자이너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난 오래 전부터 간직해온 꿈을 서서히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얻는다. 알렉산더 또는 Mc과 Queen, 그런 글자들을 내가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며. 

그들의 소망은 그렇게 내 자식이 되고, 우리 몸은 그저 역사를 잇는 펜슬에 불과한 것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뭐라도 끄적이고 싶은 마음이었다. 연필로는 싸울 수 없지만 연필로는 옮길 수 있다. 전염병과 같이 누군가의 정신이 다른 사람들의 몸으로 옮겨갈 때 세상은 변화하고야 말았다. 지금 이 세상을 바꾸는 건 과거와 미래라는 것을 알게 될 때 사람들은 결국 포기하고야 말지. 싸우고자 했던 그 정신을 잃고 흔들릴지.

지구라는 별에 빌붙어 사는 모든 이들 사이 나는 또 다른 행성으로 향하는 꿈을 꾼다. 더는 도망갈 곳이 없어 그러는 건지도. 실은 어떠한 목적이 아니라 그저 도망 다닌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때의 나는 그런 꿈을 꾸지 않았던 것 같다. 그냥 바다가 보고 싶어, 이호해수욕장이 그나마 걸어갈 수 있는 거리라 그곳으로 간 것이었다. 내겐 꿈이 없었다. 그랬던 것이 분명하다. 20대의 내게 말하고 싶다. 그러니 꿈을 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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