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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 Oct 24.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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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7u1Jj6aRIec?si=4nY2q5h0DsPXgBZ5


"우리는 당신을 이 국가를 대표하는 작가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어떠세요? 우리 결정을 따를 텐가요?"


한 여자가 찾아왔다. 가늘고 긴 조명 아래로 드러낸 몸이 걸어 서서히 내 앞으로 다가왔고 어느 순간엔가 멈춰 섰다. 구두 굽이 바닥을 두드렸고 그 걸음이 멈춘 곳은 어느 쇠약한 자의 몸 앞이었다. 어깨는 부러지지 못해 휜 옷걸이처럼 해지고 큰 외투를 겨우 매달아놓듯 했고 난 더 움직일 용기조차 없었다. 그런 마음을 잃은지는 아마 팔만 칠천육백 시간은 되었을 것이다. 난 환영과도 같은 형상을 본 것이었는지 모른다. 본 적 없는, 이루어질 수 없던 꿈을 이루어 줄 사람을 마주한 듯했다. 그런 것만 같았다.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

"문화부에서 나왔습니다."

그런 가보다 싶었다. 그 언어를 난 그런 식으로 이해했지만 내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그런 일이 있을까, 언제도 그려본 적 없는 일이었으니. 날카로운 바람이 불던 땅에서 곧 무딘 따스함이 나를 감쌀 것만 같았다. 

그의 뒤를 따라 걸어온 남자 둘은 검은 안경을 써 눈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들을 본 적이 없다.

누가 뭐래도 난 춤을 출 테고, 팔각의 링에서 눈이 붓고 피를 흘리는 자들처럼 싸우지는 않을 테다. 펜을 들었으니 무엇이라도 그릴 테고, 그렇게 스스로를 태우리라. 그런 내 다짐이 속삭임이 몸을 타고 들어온 선을 통해 어떤 귀로 전해진 것이었을까. 내 왼쪽 가슴 어딘가에 도청 장치라도 있나. 나는 묻는다. 당신은 누구냐며 흐린 눈동자로 노려본다. 

"차로 가시죠."


"일주일 뒤면 장관님을 만나게 될 겁니다. 그런데 계속 이런 식이면 어떡하자는 거죠?! 다른 사람을 찾을까요? 대통령은 이 프로젝트를 알지도 못해요. 모든 것이 비밀이죠. 번호를 누르고 들어와야 하는 문이 있다면 이곳 문은 손가락을 갖다 대야 열고 들어올 수 있는 문이라구요. 그만두고 싶으면 그만두세요. 별을 보지 않으면 별은 절대로 빛나지 않죠. 절대 그럴 일 없어요. 당신에게 더 이상의 희망은 없는 거라구요."



텔레비전으로 올림픽 시합을 봤다. 뾰족하고 긴 것을 든 자들이 머리에 뭘 뒤집어쓴 채로 게처럼 움직이는 것이었다. 그런 것쯤 되는지도 모른다. 글은 가로로 써야만 하는 것이었고, 누구 하나가 미친 짓을 해 시간을 되돌려 새로운 역사를 이루어낸다면 모를까. 나도 잘 모르겠다. 지금은 그저 띄어쓰기가 싫을 뿐이다. 앞으로 걸으면 그럴 일 없을 것을, 그렇게 걸으면 게가 될 수밖에 없었다. 행간에는 아무런 뜻도 없다. 그건 정치인들이나 하는 헛소리일 뿐, 나는 그 문장 뒤에 한 칸을 띄워 다음 문장으로 넘어갈까 고민한다. 호소인들로 가득찬 망에 불과하다. 그들은 그저

어쨌든. 꼭 펜을 든 채로 춤을 추는 차들을 보는 듯했다. 그 모습이 너무도 우스꽝스러워 눈물이라도 떨어트릴 듯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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