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윤범 Oct 31. 2023

'두 얼굴'


3월, 두 얼굴이 태어나기를 고대하며...


정치를 하기 위해 그 세계에 뛰어들 때는 깨끗해야 한다. 그럴 수 없다면 하나 둘 더러운 것들을 씻어나가야 함을. 모두 저마다의 울분을 안고 들어오는 자들. 그것을 토해내는 것이 진짜 정치인가. 나라면 하나 둘 끄집어내 삭히는 방법을 찾으려 할 것이다. 내겐 그런 아픔과 고통이 있었다 말할 것이다. 다시는 그런 사람들이 나타나지 않게 하기 위해.

그런 완벽한 시나리오를 들고 촬영에 들어가지만 무엇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 무슨 일인지 기다리던 해는 뜨지 않고 비만 내리며, 어느 날은 거센 바람이 불기를 기다렸는데 그토록 기다려도 기껏 살랑한 바람만이 셔츠를 흔들 뿐이었다. 웬 주정뱅이가 촬영장에 들어와 그곳을  난장판으로 만든다. 그건 우스운 해프닝에 불과할 뿐, 점점 피터지는 싸움이 되어갈 때 우리는 영웅이 나타나기를 등장하기를 원하고 희망한다. 이곳에 그런 자가 있는가. 내가 이 나라의 국민이라면 물을 것이다. 지금 이 땅에는 그런 자가 있는가.

"오늘, 우리는 세상의 모든 불의에 맞서 싸울 것입니다."

한 가여운 자가 희생당한다. 불길에 그을려 몸이 타고 처형당하듯 목숨 잃는다. 많은 사람들이 슬퍼하고 또 눈물 흘린다. 그때 누군가는 그렇게 이야기할 것이다.

"도대체 그 삶을 누가 되돌려놓는단 말입니까? 누가 책임지죠? 당장 옷을 벗겨야 합니다. 그리고 끌어내려야 합니다."

사람들 앞에 선 그를 향해 환호성이 들려오고 거리는 군중들로 가득 찼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해답이 되지 못함을 알게 된다. 그것이 이유가 될 수 없었음을. 그 가여운 자가 왜 그런 옷을 입었는지, 왜 그런 옷을 걸친 채로 무대 위로 올랐는지를.

저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들과 파도처럼 밀려드는 물결에 그들은 손쓸 수 없었다. 달아나려 해도 벗어나지 못하며 끝내 도피처를 찾지 못한다. 그리고 그것에 적응하기로 마음먹는다.

내 10대와 20대에는 크나큰 좌절과 실망감이 있었다. 그래서 그들 음악을 듣고 그들이 만든 옷을 입었으며, 내 어린 시절에는 그랬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위협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그 가여운 자를 본다. 그때의 나를 떠올리며 돌아오라 손짓한다. 시커먼 구렁텅이 속에 빠진 자를 향해 손을 내밀려 한다. 

1998년의 슬픔은 어디 간 것인지. 2002년이 지난 후 고개 떨어뜨리기만 했던 지난날은 모두 잊힌 것인지. 그렇게 나는 나를 찾아 나를 떠난다. 그곳에서 난 다른 누군가를 본다.

그는 곧 영화감독이 되며 정치인이 된다. 심지어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꿈꾸기도 하는 등 망상에 젖는다. 

저 여자는 예쁘지만 연기가 진실하지 못하며 저 연기력이 뛰어난 남자에게서는 자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갈등에 빠지고야 만다. 끝내 고뇌한다. 그 끝에 운명과도 같은 얼굴을 만나며, 나는 그가 이 세계를 이끌고 이 문화를 선도할 것을 예감한다. 

그에게는 특별함이 있으며 두 가지의 모습이 있기 때문이다. 선과 악이 공존하며, 용감하지만 실은 비겁하기도 하다. 그럼에도 그런 자신의 모습에 맞서 싸우려는 기질이 있다. 그것이 바로 내가 원하는 얼굴이었던 것이다.

그는 영화감독과도 같고, 또는 국가를 움직일 힘을 가지기도 했으며. 그는 울며 태어났다. 핏덩이와 같은 몸은 어느덧 자라 높은 곳에 있다. 그곳에서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본다. 나는 뿌듯했다. 우리가 원한 진정한 영웅의 모습이란 그런 것이 아니었나. 더 이상 고개 떨어뜨리지 않을, 그리고 무너지지 않게 될. 

사람들은 누구나 거울을 보며 실망하지만 어느 날 희망을 얻는다. 이제 후회를 버리고 용기를 가져야만 한다. 비록 붙잡히듯 이끌려갔지만 그곳을 떠나왔음을 미련 없이 그려야 한다. 영화감독은 그곳에서 독재자를 만난다. 그리고 그를 위해 영화를 찍게 된다.


https://youtu.be/u5CVsCnxyXg?si=tjy4bUI89f-KzwQ3

작가의 이전글 Writer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