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N-TKOh0zsvU?si=SZHrTmuMmCk7C1X_
"걷고 싶어요. 무릎에 박힌 핀이 녹슨 듯해요."
벌써 여섯 명의 사람을 만났고, 그들은 내게 위로가 되었지만 더 큰 희망을 주지 않았다. 반짝반짝 빛나는 불 하나가 있다면 다른 이를 위한 것, 내 앞에 놓인 길은 어둡기만 하며 저 먼 도로처럼 가로등 불빛 하나 존재하지 않는다. 관계없는 아픔과 고통은 모두 나와는 상관없어 나를 새로운 곳으로 이끌지 않는다.
그가 내게로 왔다. 어느 날 나는 내 두 발을 개조해줄 자를 만났던 것이다. 그의 두 발 앞에는 고양이 한 마리가 있어 그 모습이 너무도 사랑스러웠다. 어린 아이가 장난처럼 칠해놓듯 그 얼룩은 제멋대로였다. 그리곤 사라졌다. 난 그 발 앞의 헛것을 본 것이었나.
내 방 그곳에서 진행되던 연구는 모두 멈췄는데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나는 다시.
곧 창문을 열어 새로운 공기를 맡을 수 있을 것이다. 참으로 오랜만이다 말할 것이다. 나는 그렇게.
놀이터 앞 빵집 주인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었으니, 다시 그 냄새를 맡을 수 있을 것이다. 아침 내 발걸음은 그곳으로 향한다. 부서지고 어떤 건 썩던 나무 바닥 테라스에서의 커피 한 잔이 그리웠다. 그 자리로 돌아오리라 되뇌었다. 지난 시간 전봇대와 같이 우두커니 선 나무 한 그루는 가는 그늘을 만들었으며, 안녕! 이따금 눈에 부딪히는 햇살이 날 반기는 듯했다.
"오랜만이에요!"
그 얼굴은 살이 조금 붙은 듯했다.
"여행을 떠났어요. 아주 먼곳으로요. 돌아오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죠."
그러고 보니 그의 얼굴은 어딘가 우울해 보였었다. 한동안 가게 문을 닫기 전, 그러니 그 몇 달 전부터였나, 난 그 기분 그 얼굴에 쓰인 것들을 읽을 듯했고 어쩌다 시선이 부딪히면 놀란 듯 고개를 돌려버렸다. 왼편 어딘가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시 고개를 돌리니 그 표정 그 발걸음은 기운이 넘쳐 보였던 것이다.
"이제 또 바쁘겠죠?"
달라진 것이 있다면, 늘 놓이던 파이 위의 체리가 조금 더 달콤해졌달까. 아니면 그것을 설탕에 절인 것이었는지.
늘 그랬듯 없던 손님처럼 다시 자리를 뜬다. 사장이 내 지불을 잊지 못하게 하라. 어쩌면 난 그런 방식을 고집하고 있었던 건지도. 떠난 손님을 기억하지 말라는 말처럼, 혹은 그 반대로.
그는 죽고 없었다. 나는 그가 그린 그림 속 신을 신었던 것이다. 누가 그것을 완성시켰는지, 그의 오른팔이었던지 아니면 최측근이었는지 소문으로 들어 아는 것조차 없었다. 사람들은 그들이 그의 유산을 가지고 노는 거라 했지만, 또는 그처럼 고통스러운 작업은 없을 거라 동정도 했지만 난 관심 없었다. 오로지 그의 죽음만을 떠올릴 뿐, 그것이 나를 이끄는 유일한 또는 절대적인 이유였기 때문이다.
"걷고 싶어요."
그에게 난 말했다.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을 것 같던 몸을 일으켜세우려는 시늉마저 해보였다. 벽에 걸린 초상화를 보며 간절히 빌듯 읊조렸다.
"그 이름이 뭐라고 했죠? 기억나지 않아요. 떠올리려 해도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