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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 Nov 12. 2023

오스트레일리아


국제시장 어느 건물 안에 있고 싶다. 그 소망은 그런 식으로 시작된 것이 아니라 글을 쓰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글을 쓰는 일이 그리 기쁘거나 흥분되는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무언가를 쓰기 시작할 때 비로소 무언가를 생산해냄을 깨닫는다. 내가 그은 가지 하나가 여러 열매를 맺게 될 때 사람들을 부르리라. 아무도 보지 않아도 좋다. 그래도 난 나무를 심고 키운 것이니.

요즘 부쩍 애플 컴퓨터가 갖고 싶어졌다. 들고 다니기 좋은 노트북이 아니라 고정해놓은 채로 옮기기 힘든 것을 말이다. 200만원 정도 주면 살 수 있다. 희망이 보인다.

"저, Mac Mini가 뭐죠?"

맥미니까지 구입하면 가격이 더 올라가고, 내가 잘못 들은 것인지 키보드와 마우스도 따로 구매해야 한다 들었는데 그러면 가격을 왜 저것만 저렇게 눈에 들어오게 해놓은 건지 빌어먹을. 아님 내가 보지 못한 것인지.

컴퓨터와 같은 기계는 습기에 취약하다. 나는 내 방보다 좀 더 나은 공간이 언젠가 필요함을 느낀다. 국제시장 상가 건물 사무실 임대료를 알아보기 시작하고. 어느 날 나는 국제시장에 그저 머물다 갈 만한 장소를 가지는 꿈을 꿨었다.

장전중학교 옆 공방 한 기술자가 만든 책상을 구입하는 게 꿈이었던 나는, 그러나 이 정도의 소박함을 추구한다면 이케아에서 파는 책상과 의자가 당장은 나으리라. 내게 옷은 중요한 것이니 옷걸이도 마련해두려 한다. 냉장고는 필요 없음, 아마도. 편의점 슈퍼에서 파는 어떤 이들이 각자 꾸며내 공급하는 것들을 난 좋아하니. 순대가 먹고 싶으면 순대를 포장해오고, 요즘은 타이거 맥주와 스텔라 맥주에 흥미를 느꼈으니 바로 한 캔 따서 마시고 얼마나 좋은가. 그렇게 일은 늘 뒷전이 되고..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 문 앞으로 다가서니..

그런 식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꾸며내기 시작한다. 그래도 다행이다.

그 문을 두드린 손은 늑대의 것이었다. 'A Wolf At the Door', 아주 오래전부터 좋아해온 노래의 제목. 어떤 노래를 들을까 이것저것을 찾다 생각나 틀게 된 노래다. 글을 쓴다. 그렇게 난 새로운 이야기 속으로 들어온다.

현실과 이상을 오고 갈 때의 고달픔은 괴리감이나, 그래도 좋은 점은 그와 나의 일상에 변화를 주며 덜 지루하게 살게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어쩌다 애플 제품에 열광하게 되었을까. 줄까지 서가며 그 폰을 손에 쥐기를 원하게 된 걸까. 오직 그 로고만이 눈에 들어올 뿐이었다. 블랙베리의 인기가 식을 때쯤 한 입 베어 물린 사과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아니면 애플이 성장하며 블랙베리 열매가 떨어지기 시작한 것일지도. 그들은 경쟁 관계에 있었음에 틀림없다. 나는 블랙베리를 좋아해 처음 그 로고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179번 버스를 타고 회동동 차고지에 내려 든 생각이었다. 국제시장 어느 건물 안에 있고 싶다. 너무 추운데, 그럼 겨울에 난방은 어떻게 하지?

어떻게 포근해지고 따듯해지지라는 물음을 던진 끝에. 오스트레일리아로 가라! 반대편 계절로 가면 내 기분은 변하고 바뀔 테니. 새벽, 소란함이 사라진 시장 한 구석에서 키보드를 두드리다. 


https://youtu.be/RZD982yrmx4?si=CQQNsMzBugVLR2G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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