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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 Nov 16. 2023

'Impossible Adieux'

그가 메디치상을 수상했다고 했을 때, 그런 상도 있나 하면서 또 그가 받았구나 생각을 했다. '작별하지 않는다', 꼭 열 받은 사람처럼 난 그 책 속에 어떤 글자들이 있는지를 뒤졌다. 어떤 이들에 의해 조명된 한 문장 한 문장은 그것만으로도 걸작이라 할 수 있었다. 또 한 페이지를 읽고는 깊은 상심과 같은 감동에 젖기도 했다. 제주의 바다와 돌을 그런 색깔로 표현하는 것은 나도 해보고 싶은 것이었는데 나는 미처 닿지 못한 곳으로 가 있는 듯했다. 더 열이 받은 듯 급기야 서점으로 향하기에 이르렀다. 쉬는 날 나는 무지 바빴다. 발이 아파 허리가 아파질 만큼 걷고 또 걸었다. 두 군데 서점에 들렀으나 모두 찾지 못했고, 마지막 한 군데 서점에 가 다른 책에 깔려 가려 있던 그 책을 보게 된다.

한 문장 한 문장 놓치기 힘들 만큼의 수준 높은 문장들이 나열돼 있었다. 너무도 촘촘하고 빽빽할 만큼 어느 페이지를 펼쳐 보아도 눈 주위의 근육을 굳게 할 만한 글자들이 찍혀 있었다. 독서는 몸에 그리 좋지 않다. 건강에 나쁘다기보다 삶을 더 피곤하게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영화를 보고 소설을 읽는다. 그런 간절함 또는 절실함에 대한 보상이랄 것은 있어야 한다. 그래도 주시하거나 붙들게 할 만한 가치는 있어야 한다 생각한다. 적당히 보고 읽으면 되니까. 그래도 어떤 한 문장이 또는 어떤 한 장면이 삶에 큰 희망을 가져다주지도 않는가. 어느 순간부터는 좌절을 안기기 시작했다. 넘고 또 넘으려다 보니 벽을 세우고 산을 만드는 자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도 해볼 만하다였다. 작별하지 않는다를 몇 페이지 읽고 든 기분, 마음이었다. 그 또한 내가 가지지 못한 근력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건 기술이 아니라 노력의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문장들은 다른 작가들의 그것과는 다른 독창성이 있음에도 역시 작가의 솜씨라 불릴 만한 특징을 가지기도 했다. 그걸 가리는 것은 기술일지 모른다. 저런 단어를 쓸 수도 있구나 하면서도 나는 내 것을 만들어야 한다 믿었다. 나는 그 앞에서 여러 번 벽을 느끼게 된다.

내겐 그런 언어들이 굳은살과 같은 것이다. 근육이 되지 못하는, 내 감정을 고통스럽게 하기만 하는. 그가 쓴 글을 읽으면서 느낀 점 또 하나는 너무 흔한 단어조차 그의 손에 세공되어 빛나는 것처럼 바뀌어 있었다는 것이다. 눈부시다 할 만한 것들. 그도 아프지 않았을까. 그런 작가에는 경의를 표할만하지만 수상으로 인해 그가 우월해질 수는 없다. 그는 이제 행복하지 않을까.

메디치상은 파리의 한 레스토랑에서 시상식이 진행되었다고 한다. 내가 가장 부러워한 것이었다. 한편으로는 그곳이 영화 시상식장에는 비교되지 못하는, 마치 독립운동가들이 모여 작당하는 장소처럼 느껴지기도 했다는 것이다. 글이 이겨야 한다. 소설이 영화를 이겨야 한다. 내게는 정말 중요한 목표 중에 하나가 됐다. 훗날 나를 테러리스트로 부르지는 말기를. 그러나 글은 상상으로만 이해가 가능하다. 글은 영상처럼 머릿속에서 그림이 그려져야 읽을 수 있다. 그 한계를 나는 뛰어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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