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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b Nov 29. 2023

지하로부터

https://youtu.be/_fTWmUlTEqE?si=6-cqHIfvSFA_Eg_O


계단 두드리는 소리. 끝내 땅 밑으로 향할 때 사람들은 무엇 때문인지 두려워하고 한편으로 어떤 세계가 있을까 궁금해한다. 계단 내려가는 일은 시련을 겪은 사람들이 하는 행위일지 모른다. 터벅터벅. 전포동 아더에러 매장에 들렀다.



우리나라 의류 브랜드로는 독보적인 걸음을 하는 그들은 점차 새로운 문화를 이끌어간다. 부산의 아더에러 매장은 계단을 내려가야 만날 수 있어 더 새롭다. 건물은 낡았고 그곳 분위기는 무언가 음침하다. 그곳은 얼마든지 멋진 공간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꿈을 가진 사람들이 전포동을 변화시켰고 촘촘한 골목들 사이 한 편에 아더에러 매장이 자리했다. 



왜인지 혼자 가기 두려웠다. 결국 혼자 가게 되었다. 혼자 간 것이 어쩌면 나은 일이었는지 모른다. 더 온전히 느껴 더 널리 전할 수 있다면 그는 홀로인 편이 나았는지 모른다. 



매장의 분위기는 결코 무겁거나 하지 않고 밝고 화려했다. 직원들은 격식을 갖추었고 보다 자유로운 예절이 느껴졌다. 나는 그곳으로 이끌리듯 걸어간 것이 분명했다. 



무엇을 살 마음은 없었다. 분위기에 취했는지 무엇을 사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신발 한 켤레, 아니 두 켤레 세 켤레가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이내 단념한다. 보다 넓은 마음으로 보니 살 만한 것이 없는 듯도 했다. 결국 귀여운 것 하나를 손에 쥐고 말았다. 



세 번째 소설을 쓰며 그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독재자 룩에 보다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듯했다. 배지 하나를 달며 그 꿈을 점점 이루는 듯했다. 자유로운 영혼들이 입고 걸치는 것들이다. 또는 채우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우린 독재를 필요로 한다. 나는 진정 그런 삶을 살아왔던가. 그래서 끝내 그곳에서 행복에 침식당하고 만 것인가.



패션은 늘 물음을 던진다. 아니, 그들은 자신들의 행위를 패션에 한정짓지 않는다고 말한다. 실제로 그곳에서는 컵도 팔고 몇몇의 생활도구도 진열해놓았다. 일상에서 놓치는 수많은 아이디어들, 힌트들을 찾을 수 있다. 내겐 늘 파랑색이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그냥 가기 싫어 1층 카페에 들른다.




그 감정은 그렇게 이어진다. 진한 에스프레소 한 잔을 주문한다. 얼마만에 느껴보는 기분인지. 평일이라 손님도 없고 좋다. 진정한 휴식을 취하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곧 새로운 생각들을 떠올려야 함을. 그곳을 나오며 떠오른 한 글자는 파랑공화국이었다. 



부산은 곧 시련을 겪는다. 그러나 나는 그날 그 거리에서 밝은 빛을 보았다. 서울처럼 모든 것이 다 있는 도시는 아닐 것이다. 모든 유행의 출발점도 아니다. 우리에겐 서울이 있지 않나. 모든 사람이 앞에 설 수는 없듯, 고향을 그리워하는 어느 지하실의 외계인처럼 때를 기다릴 것이다. 이 도시는 더 크고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내 사랑 부산, 고마워 아더에러~! 이 도시에서 어느 날 커다란 불빛을 쏘아낼 그날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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