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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b Jan 19. 2024

아무도 되지 않기로 한 사람들

https://youtu.be/gJLIiF15wjQ?si=KJ8vqN_pAcSFoTv4


우리나라 아이돌 그룹은 전쟁터 최전선에 있는 군인들과 같았다. 어떠한 특수한 임무를 띈 채 작전 수행을 하는 자들이기도 했다. 그것에 남녀 성별을 따질 일은 없다.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도 모를 생각들이 그들을 앞장서도록 했던 것인지도. 

어릴 적 채널 V에서 한 영국인 그룹의 노래를 듣게 된다. 그곳에서는 수많은 외국 가수들의 뮤직비디오를 틀어줬는데 그 중 하나가 스파이스 걸스의 'Wannabe'였다. 내가 깊이 빠진 건 메탈리카나 마릴린 맨슨 같은 밴드들의 음악이었고 퍼프 대디의 'I'll be missing you'를 진정 사랑하기도 했지만 잊힌 듯 잊지 못하는 추억 같은 음악은 그런 사람들이 만들고 부른 노래였다. 그건 모두에게 편히 다가오며 어느 순간 눈 앞에서 사라지고 마는 스타들의 음악이었다. 빅토리아는 베컴이라는 성을 달게 되며 아직 내 시선에서 멀어지지 않았지만 그땐 베컴이 왜 저런 못 생긴 여자와 결혼하지? 생각했다. 그때는 가장 관심을 두지 않던 멤버였는데 지금 보면 가장 아름다운 것도 같다. 어느 날 나는 한국 사람 프랑스 사람 뒤섞인 자리 노래방에서 원더걸스의 'Nobody' 부르기를 주도하기도 했다. 그들이야말로 진짜 이 시대의 영웅이지 않았던가. 

아직도 나는 서태지를 우상처럼 여기기에 내가 이 싸움에서 멀어졌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다. 지금 전세계의 A.R.M.Y들은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군복을 입고 찍은 사진을 보며 눈물 흘릴까. 아니, 자랑스러워하지 않을까. 어떤 절망과 좌절에 빠지더라도 우리가 제대로 싸웠다는 것만큼은 잊어서는 안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용기일지도 모른다.

지금 지구라는 별은 기후 문제와 과학 기술의 경쟁으로 몸이 닳는다. 잘 살수록 경제 문제는 더 어려워지며 오래 사는 것이 문제 되는 세상이기도 하다. 새로운 생명은 더 이상 탄생하지 않는 것만 같다. 베컴 부부는 아이를 넷이나 낳았는데 말이다. 

그들이 움직이면 세상은 또 변할 것이다. 다시 한번 새로운 힌트를 얻는다. 이 시대의 어려움을 해결할 키, 열쇠는 그들이 쥐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경험 많은 사람들의 좋은 충고 좋은 조언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더 진화한 생각들이 필요할 때다. 아이디어는 늘 새로워야 함을. 서태지가 어느 사이다 광고에서 던졌던 그 한마디처럼.

'새로운 것만이 세상을 바꾼다'

그가 새로운 생각을 들고 나타나 이 세계를 바꿀 것이다. 그것이 누구인지는 나도 알 수 없지만. 민방위도 끝난 옆집 아재일지, 그런 남편을 허구한 날 노려보고 구박하는 아지매일지는 나도 알 수 없지만.

"새로운 정보가 있어"

"뭐지?"

"옆집 사람들이 새 아파트로 이사를 간대"

그런 정보 말고. 그리고 이어지는 분석 말고 다른 거 말이다. 그들이 그 옛날 품고 다녔던 꿈처럼 몽환적인 이야기들을. 훗날 누군가에 들이닥칠 나쁜 현실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오직 그 방법뿐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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